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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

고마워, 엄마!

유모토 카즈미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  
푸른숲주니어
2009-09-01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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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엄마!

책 정보

· 제목 : 고마워, 엄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71848180
· 쪽수 : 184쪽

책 소개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여섯 살짜리 아이가 엄마,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교감을 통해 몸 속 깊이 스며 있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여름이 준 선물>의 작가 유모토 가즈미가 그린 맑고 따뜻한 성장 소설이다.

저자소개

유모토 가즈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도쿄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습니다. 데뷔작인 <여름이 준 선물>로 일본 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 아동문예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한 이 책은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미국 배첼더 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포플러의 가을> <봄의 오르간> <여우의 스케이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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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억관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일본어 번역 전문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안 1·2』, 『우리가 좋아했던 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 소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노르웨이의 숲』, 『모방범』, 『공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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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이 지난 후, 엄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안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얼마나 잠에 빠졌을까. 일 주일, 아니 훨씬 더 길었는지도 모르고, 혹은 사나흘 정도였는지도 모른다. 기억나는 일은 어느새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엄마가 잠든 사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나는 배가 고플 때마다 연어 통조림을 따 먹었다는 것뿐이다.
내가 평생 먹을 연어 통조림을 다 먹어 치웠을 즈음, 엄마는 잠에 빠져들 때처럼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데리고 전철을 탔다. 목적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닥치는 대로 전철을 타고는 무작정 종착역에 내렸다. 그리고 둘이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의 낯선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다.
피로에 절은 채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내 깔아 두었던 이불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즐거웠던 기억은 별로 없지만,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며 엄마는 아빠가 없는 현실을 견뎌 내었던 모양이다. 여섯 살이었던 나는 그런 생각만 했다. 연어 통조림만 먹는 것보다는 백 배 낫다.


아직은 지난날을 되새기기에는 고통이 너무나 큽니다. 당신에게 한스런 말이 가슴 가득하고, 슬픔으로부터 몸을 지키려 하는 갑옷을 나는 아직 벗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혼자만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 아무 말 없이 떠나 버렸습니다. 아무 일 없는 듯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어려운 판결을 내려야 할 재판을 앞두고 산책을 나가던 그때처럼 집을 나서서, 옛날 애인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자살해 버린 당신. 그것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줄 당신이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것입니다. 몇십 통, 몇백 통이라도 쓸 것입니다. 그러나 그 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슴에 품을 생각입니다. 당신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수도 없이 그 이유를 생각하고, 때로 내가 쓴 편지를 되읽으면서, 아마도 대답이 없을 그 물음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 내가 당신과 관계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난 당신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망칠 수도 잊을 수도 없다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치아키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인생을 찾아,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치아키에게 모든 것을 말할 생각입니다. 그때가 되면 나도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모두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까지 우리 치아키를 지켜 주세요. 당신이 행한 일을 난 아직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당신과 만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쏙 빼닮은 마음을 가진 치아키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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