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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71849941
· 쪽수 : 239쪽
책 소개
목차
그것은 금물
어린이들 사건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눈보라가 불었다
너 이 자식
바다의 소리를 향해
저 책을 쓴 사람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정말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했는데, 사무실 월세나 낼 정도로 벌었던 돈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고객들은 마치 나이 든 대서인代書人이나, 타이프 치는 사람, 사전 필사자들에게 그러듯 장당 얼마씩을 시세대로 지불하곤 했다. 그리고 작품을 건네주면, 지폐가 몇 장이나 들었는지 보일 듯 말 듯한 반쯤 열린 봉투 속에 수수료를 남긴 채 허겁지겁 휙 떠나버렸다. 전공 논문이나 학위 논문들, 의대 시험지, 변호사들의 탄원서, 연애 편지, 이별 편지, 간절한 편지, 협박성 편지, 자살 위협 편지 등등, 삭제하기 전에 내가 아우바루에게 보여주었던 일거리들은 글쓰기 문체를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천재야, 천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에서 할 게 뭐 있다고? 나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다뉴브 강 보러? 술 마시러? 시 낭송 들으러? 반다는 영어를 더 연습하고, 뮤지컬을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쌍둥이 자매 바네사가 런던에 살고 있었으니 함께 소호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을 테고, 테니스도 같이 칠 수 있겠지. 하지만 부다페스트에는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다. 거기 백화점은 있어? 몰라. 제과점이나 훌륭한 박물관은 있을걸. 부다페스트? 생각도 마! 그녀는 여행사를 찾아가서 마치 몸에 안 맞는 옷을 바꾸듯 표를 환불받았다. 난 상처를 받았다.
이렇게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가량을 보내자, 헝가리어 단어의 운율이 꽤 익숙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항상 첫 음절에 강세가 있는, 굳이 말하자면, 마치 앞뒤를 바꿔놓은 불어처럼 들렸다고나 할까. 사실, 부다페스트에서의 한 달이란 크리슈카와의 한 달을 의미한다. 나는 그녀 없이는 혼자서 시내를 다니는 모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내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혹시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이 언어의 끈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