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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88971995983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7
1장 검은 감자다, 검은 감자 12
2장 특별히 남겨 둔 감자 29
3장 조금만 도와주시기를 50
4장 허기진 까마귀 떼처럼 74
5장 감자가 자랄 때까지만 99
6장 열병이라니요, 하느님, 가호를 베푸소서 126
7장 참혹하게 허물리는 집들 146
8장 머나먼 이주길 164
9장 전쟁은 어디서 시작될까 190
10장 여왕 폐하 맞이하러 코크에 가세나 213
나오며 235
아일랜드의 주와 주요 항구 도시 지도 244
감사의 말 245
‘옮긴이의 말’을 대신하여 247
아일랜드 대기근 연표 256
참고 자료 및 출처 260
리뷰
책속에서
이 책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눈과 기억을 빌려서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를 풀어 간다.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될 것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때 어떻게 살았는지, 어째서 감자로 하루하루 끼니를 이었는지, 가난한 자신들을 돕겠다고 세운 구빈원을 왜 그토록 질색했는지, 땅을 빌려 농사짓고 살던 사람들이 땅값을 내지 못해 집에서 강제로 내쫓길 때 지주와 마름을 얼마나 두려워했고 어떻게 저항했는지. 감자가 검게 변하면서 썩어 버린 뒤, 아이들도 어른들도 악착같이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고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다 죽어 갔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평범한 서민부터 정치 지도자와 공무원과 자선단체 활동가까지, 굶주리는 아일랜드인을 살리려고 열심히 구제 운동을 벌였지만 엄청난 인명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사연도 숱하게 만나게 될 것이다.
대기근 때 벌어진 슬프디슬픈 일은 하고많았다. 무엇보다도 큰 비극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더 비참하고 몸서리가 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부여잡은 사람,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숭고한 행동을 보여 준 사람, 살려고 아등바등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려고 애쓴 사람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감자 농사는 완전히 망쳤지만, 디어뮈드네는 아직 수확할 밀이 조금 남아 있었다. 팔아서 소작료를 내려고 재배하는 곡식이었다. 그런데 밀을 베어 낟가리를 쌓자마자 지주가 사람을 보냈다. ‘파수꾼’이라고 부르는 지주네 일꾼이 소작료를 받아 내려고 버티고 서서는 밀에 손도 못 대게 했다.
“그 파수꾼들은 우리 집에서 진을 치고서, 밀알을 털고 자루에 담고 방앗간으로 가져가는 것을 일일이 감시했어요. 우리 엄마가 방앗간에 갈 때도, 방앗간에서 마름한테 갈 때도 엄마 뒤에 따라붙었어요. 그날 마름이 읍내에 있었거든요.” 마름이 하는 일은 지주 대신 토지를 관리하고 소작료를 걷는 것이었다.
디어뮈드네 엄마는 땡전 한 푼까지 탈탈 털리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마름이 소작료로 다 털어 갔다. “우리 아버지 심정이 어땠을까요. 엄마 심정은요. 먹여 살릴 자식은 주렁주렁 넷이나 되는데…… 감자는 몽땅 썩어 버리고, 밀은 한 줌도 안 남았으니……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영국인 지주들이 일으킨 재앙이었어요. 그 악마 같은 자들이 아일랜드에 엄청난 저주를 내린 거라고요.”
디어뮈드네 지주만 유독 무자비한 것은 아니었다. 감자 농사를 폭삭 망친 사람들에게서 어떻게든 소작료를 받아 내려는 지주가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으로든 자기 소작료부터 챙길 욕심에 돈 대신 가축과 곡식을 압수했다. 당장 굶주리게 생긴 아일랜드 백성들이 보기에, 영국인 지주의 소작 제도는 사랑하는 조국과 그 땅에 사는 자신들한테 내린 저주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