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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243249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헌정(獻呈)의 서한(書翰) 3
1. 진리에 관하여 11
2. 죽음에 관하여 16
3. 종교의 통합에 관하여 20
4. 복수에 관하여 29
5. 역경에 관하여 32
6. 위장과 가식에 관하여 34
7. 어버이와 자녀에 관하여 40
8. 결혼과 독신생활에 관하여 43
9. 질투에 관하여 47
10. 연애에 관하여 56
11. 높은 지위에 관하여 60
12. 대담성에 관하여 67
13. 선과 천성의 착함에 관하여 71
14. 귀족에 관하여 75
15. 반란과 소동에 관하여 78
16. 무신론에 관하여 90
17. 미신에 관하여 96
18. 여행에 관하여 99
19. 통치에 관하여 103
20. 충고에 관하여 112
21. 지연에 관하여 120
22. 교활에 관하여 122
23. 자기 자신을 위한 지혜에 관하여 129
24. 혁신에 관하여 132
25. 사무의 신속에 관하여 135
26. 현명하게 보이는 것에 관하여 138
27. 우정에 관하여 141
28. 지출에 관하여 155
29. 왕국과 국가의 참된 위대성에 관하여 158
30. 건강법에 관하여 175
31. 시의심에 관하여 179
32. 담화에 관하여 181
33. 식민에 관하여 185
34. 부에 관하여 191
35. 예언에 관하여 198
36. 야심에 관하여 204
37. 가면극과 축하행렬에 관하여 208
38. 인간의 본성에 관하여 211
39. 습관과 교육에 관하여 214
40. 행운에 관하여 218
41. 이자에 관하여 222
42. 청년과 노인에 관하여 229
43. 미에 관하여 233
44. 불구자에 관하여 236
45. 건축에 관하여 239
46. 정원에 관하여 246
47. 교섭에 관하여 257
48. 추종자와 친구에 관하여 260
49. 청원자에 관하여 263
50. 학문에 관하여 267
51. 당파에 관하여 270
52. 의식과 예의에 관하여 273
53. 칭찬에 관하여 276
54. 허세에 관하여 279
55. 명예와 평판에 관하여 283
56. 사법에 관하여 287
57. 분노에 관하여 294
58. 사물의 변천에 관하여 298
59. 풍문에 관한 수상의 단편 308
해 설 311
연 보 318
책속에서
“진리란 무엇인가?”라고 빌라도(Pilatus)는 농담조로 묻고는 그 대답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확실히 세상에는 경솔함을 좋아하고 어떤 신념을 확립하는 것을 일종의 구속이라고 생각하여, 행동에 있어서나 사고(思考)에 있어서 제멋대로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와 같은 종류의 철학의 유파(고대 그리스의 회의학파(懷疑學派))는 이미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같은 투의 논설(論說)을 펴는 사람들은 남아 있다. 비록 옛날 사람의 말에서처럼 그다지 혈기는 없지만.
그러나 인간이 진리를 발견한다는 것은 곤란하거나 힘든 일일 뿐 아니라 또 진리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인간의 사상을 구속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짓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거짓 자체에 대한 자연적인 사랑 때문인 것이다.
그리스 말기의 어떤 학파의 한 사람(New Academy 학파의 Lucian, BC 2세기 경 사람)은 이 문제를 고찰하고 시인들처럼 쾌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요, 또 상인들처럼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닌데 단지 거짓을 위해서 거짓을 사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를 한참 동안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진리는 적나라한 대낮의 광선과 같은 것이어서, 세상의 가면극이나 무언극이나 개선 행진을 멋있고 우아하게 비추기에는 촛불의 반만큼도 미치지 못한다. 진리는 대낮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진주(眞珠)의 가치는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른 빛을 받아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다이아몬드나 루비의 가치에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거짓이 가미된다는 것은 언제나 쾌감을 더해 준다. 만약에 사람의 마음에서 헛된 의견이나 은근한 희망이나 그릇된 평가나 망념(妄念) 등이 제거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가련하고 위축된 것이 되어 버려, 우울과 불쾌감이 충만하여 스스로에 대해서 언짢아할 것이라는 것을 누가 의심할 것인가? 초기 기독교의 교부(敎父)의 한 사람(성 어거스틴)은 신랄하게도, 시는 상상력을 충족시켜 주기는 하지만 그러나 허위의 그림자를 가지고 충족시켜 주기 때문에 ‘악마의 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해를 끼치는 것은 마음을 스쳐가는 거짓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마음속에 침잠(沈潛)해서 고착(固着)되어 버린 거짓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인간의 타락된 판단력이나 감정 속에서 그와 같이 된다고 하더라도 오직 스스로를 판단하는 진리는 다음과 같이 가르쳐 준다. 즉, 진리의 탐구 그것은 진리에 대한 사랑이자 진리에 대한 구애이며, 진리의 인식 그것은 진리의 현존(現存)이며, 그리고 진리의 신봉(信奉) 그것은 진리를 누리는 것이며 이것들이 인간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러 날에 걸친 신의 노작(勞作) 가운데서 최초의 창조물은 감각의 빛이었으며 최후의 그것은 이성의 빛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의 안식일의 작업은 성령(聖靈)을 가지고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일이다. 신은 먼저 물질, 즉 혼돈계(混沌界) 위에다 빛은 불어넣으시고 다음에는 인간 위에다 빛을 불어넣으셨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선민(選民)들 위에 계속해서 광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점에서는 열등한 한 철학파(에피쿠로스 학파)를 장식한 그 시인(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은 다음과 같이 멋진 말을 하였다.
“해변에 서서 바다 위에 흔들리는 배를 바라보는 것은 즐겁도다. 성곽(城廓)의 창에 기대어 전투와 그 여러 가지 모험을 내려다보는 것도 즐겁도다. 그러나 어떠한 즐거움도 진리라고 하는 우월한 위치―그 언덕은 다른 장소로부터 내려다보이는 일이 없으며 그리고 공기는 항상 맑고 잔잔하다―에서 눈 아래 골짜기에서 일어나는 미류(迷謬).방황.농무(濃霧).열풍 등을 내려다보는 즐거움과는 비할 데가 없는 것이다.”
- 진리란 무엇인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