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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72433392
· 쪽수 : 219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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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해설에서
≪리어 왕(The Tragedy of King Lear)≫의 제작 연대는 1605년으로 추정되고, 공연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1606년 12월 26일 궁정에서의 공연 기록이 있다. 그리고 최초의 인쇄판으로는 1608년의 사절판이 있다.
리어 왕의 이야기는 12세기초 먼모드의 제프리가 라틴어로 쓴 ≪英國列王記≫에 벌써 나오고 있으나, 이 극의 주요한 출원은 홀린세도의 ≪史記≫인 듯하다.
아득한 원시시대의 몽롱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망은의 이 비극은, 그 규모가 극장에서는 도저히 효과적으로 공연해낼 수 없다고 생각될 만큼 우주적이며 거대하다.
그 등장 인물들 또한, 자칫하면 선인과 악인, 두 종류의 상징으로 그치고 말 뻔할 정도로 보편적 인물들이다. 리어 왕은 노령에 국토 분배에 있어서 큰딸과 둘째딸의 감언을 곧이듣고 막내딸 코델리아의 솔직한 말에 격분한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극에서도 되풀이되는 주제인 외관과 실재 사이의 어긋남을 리어 왕은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노왕은 차츰 진실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는 폭풍이 몰아치는 속에서 광란하며, 화륜(火輪)에 묶여서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은 지옥의 고역을 댓가로 그의 광란한 마음은 비로소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에 있어 충성과 망은은 가장 큰 미덕과 악덕의 대립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충성은 인간의 정신을 순화시켜 주고, 악덕은 인간의 영혼을 지옥의 업화(業火)로 몰아 넣게 마련이다. 맥베드의 말처럼 원래 서투른 배우에 지나지 않는 우리의 인생은 지적인 통찰력이 결핍된 경우에는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는 시련과 진통의 댓가로 비로소 시정되게 된다. 글로스터 백작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서자 에드먼드의 감언이설을 곧이듣고 적자 에드거의 진실을 멀리한다. 이 역시 허위와 진실을 간파하지 못한 경우이며 그 역시 악인들에 의해 두 눈을 뽑히고 나서야 겨우 심안(心眼)으로 진실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역설은 셰익스피어의 여러 극의 단면이기도 하다.
리어 왕은 코델리아의 진실을 알아보지 못했던 탓으로 광란의 연옥(煉獄)을 헤매야만 했다. 이러한 리어 왕과 글로스터는, 이 같은 시련의 대가를 치른 후 비로소 눈을 뜬다. 그러나 이 극의 악인에 의해 표현되는 망은/배신/이기/야욕 등은 구원받을 희망이 없는 것이다. 이 극의 선인들, 리어 왕을 비롯하여 글로스터/켄트/에드거/코델리아는 모두 다 업화와도 같은 고난을 용케 이겨냄으로써 마침내 초월되고 승화된 미(美)의 경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