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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0093
· 쪽수 : 332쪽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네가 그랬어?”
나오미의 입가가 경련하듯이 움직였다.
“일부러 그런 거 아냐.”
“그야 당연하지. 어쩌다 저렇게 됐어?”
“에이, 귀찮아. 나도 몰라.”
“모르다니, 그게 말이 돼? 나오미, 똑바로 대답해. 저 아이는 누구야? 어디서 데려왔어?”
나오미의 숨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필사적으로 게임에 빠져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로 귀찮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키오는 우두커니 선 채 아들의 갈색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텔레비전 모니터에서는 화려한 효과음이며 음악이 흘러나왔다. 캐릭터들의 비명이며 고함 소리도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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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키오에게 등을 돌린 채 화분 앞에서 부스럭거리고 있다가 이윽고 일어서서 아키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손에는 더러워진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아키오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어젯밤에 그가 사용했던 바로 그 장갑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체를 유기하고 온 뒤에 장갑을 어디에 두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집 안 어딘가에 내던져버린 모양이었다.
“이거 끼면 되지요, 아저씨?”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는 형사에게 다가가 두 손을 그의 얼굴 앞에 쑥 내밀었다.
“앗, 어머니, 뭐 해? 이거,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제 됐으니까 안에 들어가서 놀아야지. 금세 비가 쏟아질 거야.” 아키오는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말했다.
어머니는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정원을 가로질러 다이닝룸으로 올라갔다.
활짝 열려 있던 유리문을 닫고 아키오는 현관 쪽을 보았다. 가가 형사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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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건 안 돼.” 아키오는 툭 내뱉었다.
“뭐야, 어중간하다니?”
“어중간한 거짓말을 해봤자 소용없어. 속일 거면 아주 완벽하게 속여야지. 잔디 때문에 경찰이 우리 쪽을 주목하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 나오미부터 의심하고 들 거야. 형사에게 집요하게 추궁을 받았을 때, 그 녀석이 끝까지 거짓말을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니 어떻게 하느냐고.”
아키오는 눈을 감았다. 구역질이 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사태를 파악했을 때부터, 그리고 사체를 처분하기로 정했을 때부터, 그에게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나오미가 죄를 추궁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떤 수단에 대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 생각을 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떨쳐내려고 했다. 인간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일단 그 생각에 사로잡히면 두 번 다시 돌아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보…….” 재촉하듯이 야에코가 말했다.
“만약 이다음에 형사가 오면…….” 아키오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만일 거짓말이 안 통하게 되었을 때는…….” 입술을 핥았다.
“그때는 어떻게 해?”
“자수…… 시킬 거야.”
“여보!” 야에코의 눈이 험악해졌다. “그러니까 그건 안 된…….”
“내 얘기를 들어봐.” 아키오는 심호흡을 했다. “나오미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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