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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
· ISBN : 9788972754671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내 생애의 밑줄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내 식의 귀향
유년의 뜰
흐르는 강가에서
나는 다만 바퀴 없는 이들의 편이다
아아, 남대문
식사의 기쁨
노인, 최신 영화를 보러 가다
친절한 나르시시스트들
빈집에서 생긴 일
내 생애의 밑줄
야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
구형예찬
2부 책들의 오솔길
꿈이지만 현실, 진실이지만 거짓인 세계―존 코널리 『잃어버린 것들의 책』
누군가를 기다리는 밥상이 덜 쓸쓸한 법이지―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
증손자 볼 나이… 난, 지금도 엄마가 필요해―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사람을 부르고 동행을 부추기는 제주도 흙길―서명숙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지도 밖의 땅… 그들은 왜 봉천으로 갔는가―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돈만 아는 세상, 괴짜 기인들을 만나다―정민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겸손한 서향이 가슴에 번지네―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애송시 100편』
맛있고 몸에 좋은 것만 찾는 세상 얄밉다―공선옥 『행복한 만찬』
그는 담 밖 세상을 누뜨게 해준 스승―이청준 『별을 보여드립니다』
지루한 여름날을 넘기는 법―조나 레러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죽기 전, 완벽하게 정직한 삶 살고 싶다―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반 고흐의 손이기도 했다. 감자를 먹는 저 손… 정직한 노동을 한 저 손은―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3부 그리움을 위하여
천진한 얼굴 가지신 아담한 노신사
신원의 문학
보석처럼 빛나던 나무와 여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나의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 치는 버릇부터 고쳐볼 생각이다. 내 정신상태 내지는 지적 수준을 남이 넘겨짚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일종의 잘난 척, 치사한 허영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폐증이라고 생각되자, 그런 내가 정떨어진다. 자신이 싫어하는 나를 누가 좋아해주겠는가.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내 생애의 밑줄> 중에서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듯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중에서
그 많은 사건과 인생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면서 비천한 것들이 존엄해지기도 하고 잘난 것들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비천해지고 하는 게, 마치 지류의 맑고 탁함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 큰 강이 도도히 흐르면서 그 안에 온갖 생명들을 생육하는 것과 같은 장관입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그런 큰 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문학이니까 가능한 축복이요 기적입니다.
-<신원의 문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