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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6675
· 쪽수 : 620쪽
책 소개
목차
배신의 거미줄
불탄 얼굴
중국 여인들의 죽음
쿠피냘 섬의 약탈
크게 한탕
피 묻은 포상금 106,000달러
메인의 죽음
국왕 놀음
파리 잡는 끈끈이
리뷰
책속에서
“우연히 내가 갖게 된 정직한 품성이라든지 고용주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제쳐 두겠습니다. 그런 자질은 당신이 의심할 수도 있으니 던져 버리자고요. 내가 탐정인 이유는 어쩌다 보니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월급은 꽤 괜찮은 편이지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있겠죠. 한 달에 100달러만 더 번다고 해도 1년이면 1,200달러에 이릅니다. 지금부터 예순 살 생일까지 햇수를 계산해 보면 2만 5천 내지 3만 달러죠. 그런데 지금 나는 탐정이라서 좋고 일이 좋아서 그 2만 5천 내지 3만 달러를 퇴짜 놓는 사람이에요. 일을 좋아하게 되면 가능한 한 그 일을 잘하고 싶어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요. 그게 바로 나예요. 그 밖에 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즐기지도 않고, 그 밖의 것들을 알거나 즐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돈의 액수로는 도저히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어요. 돈이 좋긴 하죠. 나도 돈에는 유감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18년간 나는 사기꾼들을 뒤쫓고 수수께끼를 풀면서 재미를 느껴 왔고, 또 사기꾼들을 잡아들이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건 내가 잘 아는 유일한 스포츠고, 그런 삶을 20년쯤 더 하게 될 미래보다 더 유쾌한 삶은 상상이 되질 않아요. 난 내 미래를 망치지 않을 겁니다!” - 「쿠피냘 섬의 약탈」
큰 키에 통통한 몸, 하얀 콧수염을 기르고 할아버지처럼 온화한 연분홍색 얼굴에 테 없는 안경 너머로 하늘색 눈동자를 빛내는 이 칠십대 사나이가 바로 나의 상관인데, 그는 사형집행인의 밧줄보다도 더 온기가 없는 인물이다. 콘티넨털 탐정사무소를 위하여 50년간 범죄자를 쫓아다닌 끝에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명석한 두뇌와 함께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똑같이 부드러운 말투와 온화한 미소로 대하는 가면 같은 정중함뿐이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좋은 상황이 곧 나쁜 상황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의 수하에서 일하는 우리는 그의 냉담함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우리는 그가 7월에도 고드름을 뱉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우리들끼리는 그를 본디오 빌라도라고 불렀다. 그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을 우리에게 맡겨 십자가를 지게 하면서도 정중히 미소를 짓기 때문이었다. - 「크게 한탕」
2층에선 별로 운이 없었지만, 3층에서 세 번째 문의 손잡이를 조심스레 돌려 보자 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살며시 열렸다. 약간 벌어진 문틈 앞에서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코골이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문짝에 손바닥을 대고 몇 뼘 더 문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방 안은 정직한 정치인의 미래처럼 깜깜했다. 나는 문설주 너머로 손을 뻗어 벽지를 더듬거리다 전등 스위치를 찾았고, 불을 켰다. 천장 중앙에 매달린 두 개의 알전구가 초라한 방 안과 침대에 누워 죽어 있는 아르메니아인 청년의 몸에 흐린 노란색 불빛을 쏟아 냈다. - 「크게 한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