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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72756958
· 쪽수 : 216쪽
책 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여러 번, 보석상들에게 속아서 제값도 못 받고, 내게 돈을 마련해 주려고 아버지 몰래 보석을 팔곤 했는데, 그녀와 나는 엄격한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그래서 우리는 공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주네브의 보석상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 나를 위하여 마련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보며 거금이라도 되는 듯 만족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아, 그 보석들은 그녀의 고귀한 가문의 상징이자 근동 지방 귀부인의 영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나 기뻐하던 내 어머니의 걸음걸이는 그때 이미 고통스러웠고, 이미 죽음의 표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유달리 열등감이 심했던 가엾은 여인- 나에게 바다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한 주일을 위해서 맑은 공기를 저장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만큼이나 얼간이였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다. 다른 손님들은 이 조그만 멍청이가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지중해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멍청이들이었지만, 그러나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내 그녀는 날마다, 집에 없는 아들의 자리를 식탁에 마련했다. 심지어 내 생일날에는 집에 없는 나의 식사까지 차렸다. 그녀는 주인 없는 접시 위에 가장 맛있는 요리를 놓고, 그 앞에는 내 사진과 꽃을 놓았다. 그녀는 내 생일날의 디저트로 주인 없는 접시 위에 항상 아몬드 케이크의 첫 번째 조각을 얹어 놓았다. 어린 시절 내가 그것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주인 없는 잔에 항상 사모스 포도주를 따랐다. 그녀는 조용히 남편 곁에서 식사를 했고, 그리고 내 사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