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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세상을 사고 싶은 남자 외 38편)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지은이), 이난아 (옮긴이)
  |  
현대문학
2014-10-06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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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책 정보

· 제목 :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세상을 사고 싶은 남자 외 38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72757092
· 쪽수 : 424쪽

책 소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1권. 터키 문단에서 문학사적 위상으로는 고골에 비견되고 세계의 문학평론가들이 터키의 체호프라 찬사를 보내는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단편선. 사이트 파이크는 오늘날 터키인들이 꼽는 최고의 단편 작가이자, 터키 현대 단편소설사에 전환점을 찍은 선구자이다.

목차

해변의 거울
마을 카페
솜 트는 노인
아버지와 아들
카네이션과 토마토주스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취기
축음기와 타자기
기압계
사카르야 어부
군밤 장수 친구
아르메니아인 어부와 절름발이 갈매기
세마와르
비단 손수건
초야
메세레트 호텔
도시를 잊은 남자
웨이터
한 무리의 사람들
질투
발 걸기
죄수
야니 우스타
고향으로 보낸 당나귀
세상을 사고 싶은 남자
멜라하트 동상
위기
여관 주인의 아내
산모
무관심
가스난로
극단
코린토스 만 사람 이야기
신부님
제비꽃 피는 계곡
짐승처럼 웃는 남자
정자가 있는 무덤

필요 없는 남자

옮긴이의 말―새로운 언어로 인간을 노래한 터키 현대 단편소설의 선구자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연보

저자소개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오늘날 터키 문단에서 그들의 현대 단편소설사에 전환점을 찍은 선구자로 입 모아 지명하는 사이트 파이크는 전통적인 문학 이해의 틀과 서양 문학을 좇는 당시의 조류를 거부하며 스스로가 유행을 만든 작가이다. 이스탄불 남자고등학교 재학 중 아랍어 교사의 의자에 바늘을 올려놓은 일로 퇴학당하는 등 자유로운 기질이 다분했던 그는 1931?1934년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에서 수학, 여행을 했고, 이 시기의 보헤미안적인 삶은 그의 인생과 예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 세계 모든 면에 영향을 준 유일한 작가로 꼽히는 당대의 문호 앙드레 지드처럼 사이트 파이크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작품 중심에 위치시켰다. 특히 그는 삶의 희열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이라 생각한 상류층은 배제하고 진솔한 자연인이라 여긴 서민층을 주요하게 다루었다. 공원 벤치에서, 술집의 흔들거리는 테이블에서, 필요한 경우 무릎을 책상 삼아 어디서든 자유롭게 글을 쓴 그는 거리의 서민 사이에 섞여 그들을 관찰해 작품 속에 녹였고, 때로 직접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일상의 평범한 소재들을 자신만의 매력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그의 유지를 기려 제정된 ‘사이트파이크문학상’은 오늘날 터키의 가장 유수한 단편문학상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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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아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튀르키예 국립 이스탄불 대학에서 튀르키예 문학으로 석사 학위, 튀르키예 국립 앙카라 대학에서 튀르키예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터키 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세계』(튀르키예 출간),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튀르키예 출간)가 있고, 튀르키예 문학과 문화에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설 『내 이름은 빨강』 등 40여 권에 달하는 튀르키예 문학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며,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다섯 편의 한국 문학 작품을 튀르키예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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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양모 요, 면 요, 베개…… 모든 집에서 요의 솜을 틀듯이 당신의 집에서도 가끔 요의 솜을 틀 것이다. 어느 날 저녁, 당신은 피곤에 지쳐, 어쩌면 기분이 상한 채 집에 들어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방에 들어가 보니 새로 솜을 틀어 넣었는지 베개가 부풀어 오른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는 새하얗고 통통하고 임신한 여자처럼 부풀어 있다. 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잠은 애인 같은 것이다. 오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새로 솜을 튼 요를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털 같은 기쁨이 생긴다. -「솜 트는 노인」


얼마 전 밤 시간에 또 우리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신문을 읽었고 나는 무엇인가를 종이에 끄적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카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거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가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나를 비난하는 어떤 것이 느껴졌고, 내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무슨 일인가를 저지르고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노련한 도둑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거울 밖의 내 모습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렇다, 내가 그의 염주를 훔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어떤 아이들이 고집스럽게 자신이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정말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아이들 중 한 명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죽음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노련한 배우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저 노련한 배우가 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는 어머니를 껴안았다.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갔다. 이불을 덮어 차가워지기 시작한 몸을 덥히려고 했다. 자신의 몸을, 생기를 그 차가운 몸에 전달하려고 했다. 잠시 후, 그는 무력하게 구석에 있는 방석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날은 아무리 애를 써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눈이 지극히 따가웠지만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가장 커다란 슬픔 앞에서는 불면으로 밤을 새운 사람의 얼굴밖에 다른 것이 되지 못한단 말인가?
알리는 자신이 갑자기 살이 빠지고, 갑자기 머리칼이 하얘지고, 갑자기 허리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으로 나뒹굴고, 당장 백 살이 된 사람처럼 늙고 싶었다. 잠시 후 주검을 바라보았다.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다. -「세마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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