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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7436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고백
더러운 네 인생
몸
심해어
여름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 세 가지
침수
어느 날 낯선 곳
닭똥과 요산
보너스 이야기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단이라는 게 생각보단 복잡하더군. 내겐 마치 하나의 암호처럼 보였어. 거대하고도 복잡한 암호 말이야. 한 평론가가 술자리에서 나에게 묻더군.
-자네는 어떤 경우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이것은 내가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겠나 아니면 ‘이것이 과연 내가 보는 것인가’라고 말하겠나.
-글쎄요, 저는 눈이 나빠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횡설수설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더군.
-이 친구는 말입니다, 과연 ‘내가 보긴 볼 수 있는 걸까’를 묻는 친구입니다.
―「고백」
나는 서점에 들러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고 나왔어. 여름의 공기치고는 지나치게 가벼웠고 상쾌했어. 서점 앞에 있는 분수대에서 한 여자가 책을 읽고 있더군. 그것도 소설책을 말이야. 짧은 치마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난 다가가서 말을 꺼냈지.
- 박성원의 소설을 읽고 계시는군요.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어.
- 제가 그 소설가를 아주 잘 알거든요. 그래서 반가워서.
- 그래요?
- 그럼요. 저도 소설을 쓰거든요. 막 등단해서 아직 책이 없긴 하지만.
여자의 눈이 반짝였어. 아, 상쾌한 여름날이라니.
- 박성원, 그 소설가 얼마나 재미난 사람인지 알아요?
―「고백」
한가운데 구멍이 휑하니 뚫린 태양이란 있을 수 없다. 꽉 찬 밀도와 들끓는 밀도. 그러나 그의 삶은 도넛과도 같았다. 음식을 채워 넣고 술과 담배 연기를 욱여넣어도 텅 비어 있는 도넛의 구멍. 그리고 그 구멍에선 늘 환청이 떠다녔다. 내 탓이 아니야.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다. 누군가는 복권에 당첨되고 누군가는 태풍에 휩쓸려 죽는다. 마트에 물건이 넘쳐나고 아프리카 어디에서는 아이들이 쓰레기장을 뒤진다. 견고한 시멘트 덩어리도 철거될 것이고, 최신 기술을 자랑하는 소형 전자제품도 언젠가는 지구의 흙더미에 묻힐 것이다. 그리고 그 언젠가 지구도 먼지가 되어 우주의 티끌로 사라질 것이다. 이게 어디 내 탓인가?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