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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2757818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앞말 : 한국 문화와 남김 - 7
시조와 시조창 - 21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시조의 형식 | 시조의 가창 방식
소설 - 37
흥보전 | 임꺽정 | 혼불
소설 _ 비교문학적 고찰 - 57
춘향전과 주신구라 | 문제의 발단과 해결의 논리적 구조 | 남김과 다함
한국의 집 - 75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 너에게 내가 맞추려는 마음 | 안과 밖의 소통 | 열림과 닫힘의 변증법
한국의 정원 - 115
자연을 그대로 둔 정원 | 선비의 마음이 된 자연 | 바람과 달과 물의 집
분청사기 - 135
방심과 어리숙함의 아름다움
조선시대 백자 - 155
고요와 절제 그리고 점잖음 | 조선적 아름다움의 발견
사랑방 가구 - 175
멋을 내지 않은 멋 | 미니멀리즘 가구의 본보기
혜원蕙園의 봄 그림 - 197
속에 대한 궁금증 | 다 알아도 말하기 어려운 것 | 감춰두고도 다 보여주는 방식
단원檀園의 산수화 - 217
안 그리고 보여주는 것 | 물과 하늘이 아닌 여백 | 여백의 동력
조각보 - 241
반근대적 실용과 만능 | 한국의 여인들이 업그레이드시킨 보자기 | 아낌과 정성 그리고 기다림
한국의 음식 - 259
먹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음식 | 안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 남겨서 다르게 먹는 방식 | 슬로푸드의 산실
조선 왕릉 - 277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왕릉 | 권위를 세우는 미학적 방식 | 177년 만에 왕릉이 된 무덤
서정주의 시 - 299
미당의 시적 직관 | 시론 | 구약 | 동천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풀리는 한강가에서 | 사십 | 낮잠 | 저무는 황혼
박목월의 시 - 337
목월의 남김의 탐구 | 평일시초 | 무제 | 상하 | 왼손 | 난
뒷말 : 어지간과 남김 - 372
책 끝에 부치는 말 - 384
사진 자료 출처 - 38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적당히 하고, 어지간히 하고, 완벽에 매달리지 않고, 다하지 않고, 남기는 것은, 지금까지 잘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 문화의 주요한 특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오랜 문화와 역사에는 다양한 가치와 미학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특히 주목하고 온고이지신해야 할 것은 ‘남김의 미학’이 아닐까 한가. ‘남김의 미학’이 물론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미학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 매우 흥미롭게 실천되고 적극적으로 탐구된 미학이요 따라서 우리 전통문화의 대표적 미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동양의 고전에서 달빛 실은 빈 배의 모티브는 어떤 정신적 경지를 암시하는 비유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순히 무욕 無慾과 여유의 태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깨달음과 관련되어 있다. 달 혹은 달빛은 불교적 상상력 속에서 깨달음을 뜻하는데, 그 깨달음은 버림과 비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를 잡지 못해 배가 비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아름다운 달빛을 가득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장자』에서 말하는 무욕과 무용 無用의 사상 혹은 ‘비움의 미학’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움의 미학’은 인간이 흉내 내기 어려운 종교적 차원의 미학으로 현실적으로 추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비하여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 보여주는 ‘남김의 미학’은 보다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창에서 마지막 구절을 노래하지 않고 남기는 것은, 한국 문화가 지닌 남김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왜 남기는가? 굳이 설명하자면 그것은 다하지 않는 것, 모자라는 것, 부족한 것이 다하는 것, 충분하고 충족된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마지막까지 다하지 않았도 이미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나머지를 남겨두고 그만두는 것이다. 시조창의 멋과 여유는 이 남김의 미학에서 그 절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