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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7849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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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존 카트라이트는 호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저기 만날 얻어먹고만 다니는 마을 순경이 왔네. 호텔에는 커피를 여덟 사람분만 준비하라고 말해 두었는데. 분명 해미시는 커피 한 잔 얻어먹을 때까지 배고픈 개처럼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테지. 아래에 전화해서 커피 잔을 하나 더 준비해 놓으라는 편이 좋겠어.
저 순경한테 필요한 건 관심을 돌릴 만한 흥미진진한 살인 사건이야. 그러면 우리한테 걸리적거리지 않을 텐데. 경찰이랍시고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 발에 이리저리 거치적거리는 게 다잖아. 하천 감시관인 지미가 전에 하는 말로는 해미시 맥베스가 밀렵을 하는 것 같다던데.”
“설마 그럴 리가요.” 헤더가 말했다. “그러기엔 너무 게으른걸요. 그 사람도 어서 결혼을 하면 좋을 텐데. 벌써 서른다섯은 넘었을 거예요. 마을 처녀 애들은 대부분 한 번쯤은 해미시를 마음에 두고 애를 태운 적이 있대요. 도대체 그 사람 어디가 여자애들 마음을 끄는 건지 나는 전혀 모르겠지만요.”
헤더가 창가의 남편 곁으로 다가서자 존은 아내의 통통한 어깨에 팔을 둘렀다. 로흐두 마을의 순경인 해미시가 호텔 앞쪽으로 뻗은 부두를 따라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모자를 머리 뒤로 한껏 젖혀 쓴 채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었다. 훤칠하니 큰 키에 길쭉하기만 한 체구는 어딘가 볼품없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 마른 몸 위에 경찰 제복을 자루처럼 걸치고 옷소매가 미처 덮지 못한 끝자락에서 앙상한 손목을 드러냈고, 목이 긴 경찰 군화 위로는 털실로 짠 아가일 무늬의 긴 양말이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해미시는 챙이 있는 모자를 벗더니 붉게 타오르는 듯한 빛깔의 머리칼을 긁적였다. 그리고 제복 상의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겨드랑이를 긁어 댔다. _본문
“제발 좀. 순경한테 그냥 커피 좀 주면 안 되나요?” 에이미 로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처럼 커다랗고 순한 눈망울에 잘 손질된 금발 머리칼과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을 지닌 여자였지만 뜻밖에도 손목만은 마치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치는 사람처럼 튼튼하고 강인해 보였다.
“그럴 순 없지.” 레이디 제인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존 카트라이트는 수첩을 펴 보는 척하면서 이 곤경이 속히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도대체 왜 해미시는 어서 가 버리지 않는 것일까?
레이디 제인은 해미시에게 등을 돌리고 어디 한번 커피를 더 따라 보기만 하라는 듯이 마빈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앨리스 윌슨은 더없이 비참한 기분에 휩싸였다. 도대체 왜 이토록 지독한 휴가에 온 것일까? 이곳에 오기 위해 앨리스는 아주 비싼 돈을, 그것도 자신이 감당하기에 도를 지나칠 정도로 비싼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순경이 꽉 끼는 바지를 입은 레이디 제인의 궁둥이를 엄지와 검지로 꽉 쥐고는 세게 꼬집어 버린 것이다.
“당신, 내 엉덩이를 꼬집었어!” 레이디 제인이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그럴 리가요.” 순경은 침착하게 대답하며 격분에 휩싸인 숙녀 옆을 능청스레 지나쳐 탁자로 다가오더니 직접 커피를 잔에 따랐다. “아마도 고지 각다귀일 겁니다. 그 각다귀는 이빨이 익수룡 못지않다니까요.”
순경은 창문가에 있는 안락의자로 어슬렁어슬렁 되돌아가더니 의자에 앉아 커피 잔을 소중한 듯 감싸 쥐었다. _본문
“실제로 유부녀가 아닌 여자를 쫓아다니는 젊은이를 만나다니, 이렇게 흐뭇할 수가 없군요.” 레이디 제인이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사람들 전부를 향해 말했다. “나는 참으로 구식 여자라서 불륜은 죄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인을 유혹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죄악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업스테어즈 다운스테어즈>에나 나올 법한 레이디 제인의 말을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지만 제러미와 대프니 고어는 이상하리만치 흠칫하고 놀랐다. 제러미는 앨리스의 무릎에서 슬며시 손을 떼더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대프니는 손에서 커피 잔을 뚝 떨어뜨리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짓을 저질러서 끝이 좋을 리가 없지요.” 레이디 제인이 끈질기게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처녀는 스페인 출신 종업원을 유혹해 사랑의 도피를 해서는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지 뭐예요. 어떤 젊은이는 글쎄, 유부녀인 여급한테 들이댔다지요. 참으로 역겨운 짓거리들 아닙니까!”
오랫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프니가 몹시 기분을 상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역력했고 제러미는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_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