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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7856
· 쪽수 : 328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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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순경 한 명이 길을 따라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챙을 뒤쪽으로 돌려 쓴 모자 아래로 그의 새빨간 머리칼이 반짝거렸다. 순경은 재킷을 벗어 버린 셔츠 차림에 흉측하고 커다란 부츠를 신고 헐렁한 정복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를 뒤집어 잘못 다림질했는지 주름이 반들반들했다. 그는 겨드랑이에 스카치 한 병을 끼고 오는 중이었다.
저 꺽다리 얼간이는 대체 누구야? 헨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마을 순경이 프리실라를 알아보고 차 쪽으로 다가왔을 때, 순경의 야윈 얼굴에는 별나게 달콤한 환영의 미소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녹색이 도는 황금색이었고, 검은 속눈썹이 두툼하게 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당신이었군요, 프리실라.” 순경이 부드럽고 경쾌한 어조로 말했다.
헨리는 성난 개처럼 털을 빳빳이 세웠다. 아니, 대체 이 동네 순경은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길래 내 약혼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나 어때 보여요?” 해미시가 해리 삼촌의 만찬 재킷 옷깃을 손으로 문질러 펴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멋져요.”
좋은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달라 보일까 생각하며 프리실라가 대꾸했다. 해미시는 빨간 머리와 맑은 녹갈색 눈동자가 근사한 정말 잘생긴 남자였다. 특히 그 한심한 순경 제복을 입고 있지 않을 때면 더 멋있었다. 프리실라는 해미시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했다. 그러다가 곧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발 부탁인데, 그렇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면서 네가 얼마나 피곤한지 얘기하는 거 그만해 줬으면 해.” 다이애나가 소곤거렸다. “밤새 침대로 사냥터 관리인이라도 불러들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하잖아.”
“글쎄, 바틀릿 대위를 사냥터 관리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제시카가 키득거렸다.
“뭐라고!” 다이애나는 분노로 거의 말까지 더듬을 지경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었어!”
“그럴 수 없었을걸.” 제시카가 말했다. “그는 나와 함께 있었다고.”
두 소녀는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두 눈에 서린 분노가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렇게까지 나쁜 인간인 줄은 몰랐어. 아무리 바틀릿이라도 그럴 수는 없어.” 다이애나가 식식거렸다. “그가 몇 시에 네 방에 들렀어?”
“새벽 4시.” 제시카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그가 온 게 아니라 내가 그의 방으로 갔어.”
“나한테는 자정에 자기 방에 들르라고 했어.” 다이애나가 비참한 심정으로 말했다.
두 소녀는 어린애들처럼 손을 잡고 돌아서서 피터 바틀릿을 바라봤다. 그는 두 사람에게 등을 보인 채 서 있었고, 비라가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비라의 입술이 키스를 전하는 듯한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자정과 새벽 4시 사이에는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군.” 제시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