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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2757900
· 쪽수 : 25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앤드루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사람이에요. 장난꾼 중에서도 최악의 부류죠. 참을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그럼 우리는 거기에 왜 가고 있는 거죠?”
“어머니가 오라고 시켰으니까요.”
“여기 와 앉아, 잰.” 늙은 앤드루 트렌트가 재촉하듯 자리를 권했다. 그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안락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잰이 의자에 기품 있게 내려앉았고, 그때 뿡 하는 방귀 소리가 크고 기다랗게 흘러나왔다. 그녀가 부리나케 일어났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빌어먹을 쿠션 때문이에요.” 그녀가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번 방문의 이유를 의식하고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띠었다. “당신 정말이지 짓궂어요, 앤드루.” 그녀가 말했고, 노인은 고소하다는 듯이 킬킬거렸다.
“내 생각에 트렌트 씨는 친근한 분 같은데요.” 멀리사가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폴이 말했다. “저분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란 말이에요. 저분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보면 알겠지만. 분명 외로웠던 거예요. 이제 집 안 가득 괴롭힐 사람들이 생겼네요.”
트렌트 씨가 지닌 장난질의 능력은 무궁무진한 것만 같았다. 침대 아래에다가 가시금작화 덤불을 넣어 놓는가 하면, 문 위에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양동이를 놓아두는 등 끝도 없었다. 방석에서 결례를 저지르는 소리가 나고, 구석구석에 박아 놓은 기계들이 조증에 걸린 웃음소리를 내뿜었다. 멀리사는 음식 접시를 포크로 꾹 내리눌러 보는 버릇이 들었다. 내용물이 얼굴로 날아들지 않게 해 보려는 수고였다. 폴과 마찬가지로 멀리사는 트렌트 씨의 명랑한 장난질에 억지로 재미있어하는 듯이 보이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난방이 펑펑 돌아가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