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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72758020
· 쪽수 : 608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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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나는 고개를 돌려 북쪽의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끝을 볼 수 없이 수많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과거에 사람들이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관광객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읽었다. 모두 내겐 생소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은 봄이 되어 날씨가 좋아지면 자연을 보고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선다고 했다. 꽃이 활짝 핀 과일나무들을 보기 위해서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들의 눈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을까? 나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꽃이 핀 과일나무들은 내겐 노동의 의미로 다가올 뿐인데…… 나무 한 그루는 수십 시간의 일을 의미했다. 나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들을 볼 때마다 곧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꽃가루를 발라야 한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곤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과일나무들은 하루 온종일, 몇 달, 혹은 몇 년의 일거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무성한 과일나무 아래로 소풍을 나왔다. 그건 내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_「타오」
아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 나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양봉인이 벌통을 잘 간수하고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미루어 짐작했다. 해켄버그라는 자가 자신이 키우는 벌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간 자신의 잘못은 모르는 채 남 탓만 하는 양봉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해마다 결과가 나쁘게 나올 때면 날씨가 유난히 더웠다거나 또는 추웠다고 입을 모았고, 때로는 꽃가루에 당분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솔직히 우리가 하는 일은 천체물리학처럼 어려운 일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벌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양봉인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자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_「조지」
스바메르담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불쌍한 스바메르담이 벌에 대한 연구를 끝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는 벌을 연구하다 결국 종교적 사색의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벌의 완벽함이 그를 두렵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구를 하는 중에도 오직 신만이 완벽한 존재라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었고, 그의 연구와 사랑과 열정도 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신에게로 향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벌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이 세상에는 벌보다 더 완벽한 존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는 신마저도 벌에 비길 수 없다는 생각조차 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그가 벌을 연구하기 위해 퍼부었던 5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평생 망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청중들에게 도저히 이런 이야기까지 꺼낼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는 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릴 것이 분명했다. 전지전능한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마을 사람들의 경멸과 증오를 한 몸에 받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나는 원고를 접었다. 내 얼굴은 수치심으로 발갛게 달아올랐다. 연단을 내려오는 나는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그 누구에게보다도 더 큰 감명을 주고 싶었던 람 교수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 근육이 경직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내 아버지를 연상시켰다. 피를 나눈 내 아버지.
_「윌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