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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8310
· 쪽수 : 308쪽
책 소개
목차
가능한 세계 / 7
고두叩頭 / 29
엿보는 손 / 61
좋은 사람 / 91
무언가의 끝 / 123
그 개와 같은 말 / 149
거기에 있어 / 175
외 / 203
말하는 사람 / 227
불가능한 세계 / 253
작품해설 / 28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시다시피 나는 미래에 대해 알고 있어요. 대략 앞으로 30년 정도까지는요. 다른 말로 하자면 30년 정도를 미리 살아버렸다는 뜻인데, 그러니까 서른아홉 살의 논리로 보았을 때 나는 전혀 특별한 게 아니거든요. 엄마는 올해 고작 서른다섯이에요.”
스물일곱 살의 선생님은 다시 전화할 것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걱정하며 전문적인 치료를 권할 가능성이 높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하지만 이건 망상이나 허언증과는 달라요. 우리 아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날 뿐이에요. 병이라기보단 그냥 상상력의 문제라고요. 제 아빠를 너무 일찍 잃은 대신 얻은, 일종의 대체재 같은 거요.”
예상할 수 있는 엄마의 답변.
-「가능한 세계」
떠나던 날, 유복했던 그 여학생만이 나를 배웅해주었다. 모두가 애써 모르는 척하는데도 복도에서 마주치자 허리를 숙였단다. 안녕히 가시라고, 고생하셨다고. 고마웠지. 악수를 하고 싶었다. 그 애가 그러더구나.
“손 치워, 이 개새끼야.”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지.
“아, 죄송해요. 부모님께서 위급할 때 그러라고…… 그래도 된다고, 그런데 제발 손 좀 치워주세요.”
-「고두叩頭」
선생님, 나는 오래전부터 당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들킨 적 없는 내 아버지의 내면을 알아본 당신처럼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읽은 것을 따라 읽고, 당신이 쓴 내 아버지라는 인물을 베껴 적었습니다. 나중에는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당신이 쓸지도 모를 이야기를 예상하며 써나갔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아버지의 삶을 당신이 썼듯 나도 당신의 내밀한 부분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이 연락해올 그날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라면 내가 당신을 정확하게 이해해왔다는 것을 확인받는 셈이 될 테니까요. 부탁입니다. 나를 만나러 와주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여전히 내 말을 믿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얼마든지 그 의심을 해소해드릴 수 있습니다. 선생님, 함부로 당신의 책장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아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얼 쓰든 간에 나는 당신의 입장이 되어 앞으로 당신이 쓰게 될 모든 문장들을 먼저 쓰게 될 것입니다.
-「엿보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