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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72758549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프롤로그
1부 어린 시절의 산
2부 화해의 집
3부 친구의 겨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버지에게는 산을 타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는 사색에 거의 잠기지 않고 대담하고 억척스럽게 산을 탔다. 체력 안배 없이 언제나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경쟁하듯 산을 오르며, 오솔길이 길어 보인다 싶으면 가파른 비탈길로 가로질러 갔다. 아버지와 산을 오를 때는 잠시 쉬는 것은 물론이고, 배가 고프다거나 힘들고 춥다고 징징대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대신 비바람이 칠 때나 짙은 안개 속에 있을 때 좋은 노래 한 가락을 뽑거나 만년설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고함치는 것은 괜찮았다._어린 시절의 산
나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날 난 뭔가를 느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친밀감이었다. 이 친밀감은 낯선 곳에 정박해 있는 것처럼 나의 호기심을 잡아 끈 동시에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개울, 연못, 폭포 그리고 강물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송어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을 생각했다. 그리고 사냥감 앞에서 파다닥 튀어 오르는 송어를 생각했다. 그때 강물에 사는 물고기에게 벌레, 나뭇가지, 나뭇잎 그리고 이외의 모든 것들은 산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고기는 앞으로 흘러내릴 것을 기대하며 위쪽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현재라고 한다면 과거는 나를 지나쳐 흘러간 물이다. 그 물은 아래 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미래는 놀라움과 위험을 품은 채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운명이 어떻든 간에 그 운명은 우리 머리 위, 산에 있다고._어린 시절의 산
“브루노는 항상 네 안부를 물었어,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뭘 하고 있는지. 나는 네가 편지에 쓴 대로 그에게 이야기해주었어. 그에게 네 소식을 계속해서 전해주었단다.”
“저는 몰랐어요.” 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는 떠나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배우는 중이었다. 그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 브루노가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그들끼리 보내는 저녁 시간을 상상해보았다. 그는 나 대신 우리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그곳에 있었다.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거나 그 순간을 나도 함께 했을 터였다. 질투심보다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별것 아닌 일로 바빠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_화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