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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9010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첫 문장 009
작품해설 136
작가의 말 15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린 시절, 나는 네 번이나 죽을 뻔했다. 그중 두 번은 자살 기도라는 오해를 받았고, 한 번은 '행운의 소년들'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실렸다.
어린 시절, 나는 네 번이나 죽을 뻔했다. 그중 두 번은 자살 기도라는 오해를 받았고, 한 번은 ‘행운의 소년들’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실렸다. 내가 죽으려고 다리에서 뛰어내렸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았을 때 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깨어나 보니 이미 소문이 퍼졌고, 뒤늦게 그게 아니었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짓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그땐 어렸다고. 단지 겁이 났을 뿐이라고.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아내가 떠나간 집에서 낮잠을 자던 토요일 오후에, 나는 내가 그 오해를 방패 삼아 사춘기 시절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머니가 먹기 좋게 파김치를 말아서 두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미워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동화책에 보면 많이 나오잖아요. 구박받는 남의 자식들요.” 내가 말했다. 할머니가 내게 술을 한 잔 따르라고 했다. 한 잔을 들이켜더니 그거 참 우스운 말이다,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비행기를 타고 달도 가는 세상에 말이다.” 그 말을 하고는 할머니는 뜬금없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게 웃겨서 나는 웃었다. 내가 웃자 할머니도 따라 웃었다. 웃다 말고 할머니가 갑자기 운동화는 하얗게, 하고 말했다. “네?” 내가 되물었다. “남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운동화는 하얗게 빨고 구두는 반짝반짝 닦아라. 알았지?” 할머니가 말했다. “네 알겠어요. 운동화는 하얗게, 구두는 반짝반짝.”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소식을 전해 듣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둣방에 가서 구두를 닦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