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2759317
· 쪽수 : 356쪽
책 소개
목차
뻘 007 / 깨 025/ 뽕 039/ 뻥 053/ 깡 067/ 씨 083/ 꿀 099/ 쓰 113
빵 127/ 뚝 141/ 깽 155/ 찍 167/ 땜 179/ 뺨 193/ 쓱 207/ 꽃 223
때 237/ 쎄 251/ 떼 265/ 빡 279/ 뼈 295/ 뽁 309/ 떡 323/ 끝 339
작가의 말 35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알까. 한 해에 한 번 갯고랑 바닥까지 물을 뺄 때 마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는 것을. 도난당했던 오토바이라든가, 지폐가 빽빽하게 들어찬 돈궤라든가, 누군가를 찔렀을 흉기. 갯고랑의 물을 뺄 때마다 그런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때로는 마을이 몹시 술렁인다는 것을.
알 리 없겠지. 마을 사람들도 그것들의 정체를 모두 알아차리지는 못했으니까. 그것들 중에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전히 썩거나 붇거나 모양새가 변해서 내가 아니고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것들도 많았으니까
창말에는 그런 묘한 기운의, 뻥이 있는 것이다. 터져 흩어진. 텅 빈. 뚫려 환해진. 구멍. 빈터. 없음. 유실. 훼손. 결락. 기운. 생동. 과거의 것이면서 현재의 것이고, 있는 것이면서 없는 것이고, 그러다 다시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그냥 여자였다. 언젠가 지워졌을 그녀의 이름은, 회복되지 않았다. 창말 사람들은 그녀를 한사코 여자라고만 불렀다. 무엇이 지워졌던 걸까. 왜 지워졌을까. 지워진 그것은 얼마큼이었을까. 빈 채로 빈 것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여자에게는 도나쓰 같은 구멍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