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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2759683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나 홀로 왈츠
바닷가의 사람
숨어 사는 집
달맞이 고개
트리콜로르
도망쳐 왔습니다
겨울 해바라기
허수아비
야야코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지하루가 사키코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가 돌아오는 건, 안 돼?”
자신이 본가에 돌아가는 선택이 있었다는 것을 딸이 물어볼 때까지 알지 못했다. 말로 하고 보니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데 전혀 생각도 안 했었다. 본가에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이 든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딸과의 며칠 동안에 구원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아빠 없는 아이에게 엄마까지 없는 생활을 여태까지 밀어붙여왔다. 다정한 엄마가 될 순 없어도 말이 통하는 여자는 될 수 있을 듯한 마음이 들었다.
_ 「나 홀로 왈츠」
반찬통을 받아 드는 손가락이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었다. 최근 몇 년 새 관절염이 부쩍 악화되었다. 딸 사키코를 낳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여자 손 하나로 딸과 손녀를 키우며 무리를 했던 게 병의 원인일 것이다. 이제 겨우 환갑을 넘긴 나이일 텐데 뺨이며 손이며 머리칼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였다.
나이보다 더 늙은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딸, 그리고 손녀. 옆집에 얽힌 여자들의 나날이 오랜 세월 이쿠코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나마 내가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이웃이었다.
_ 「바닷가의 사람」
감쪽같이 어머니의 작전에 걸려들어 이것저것 대답하는 지하루를 보며 식사를 함께했다. 붕붕 들떴다가 착 가라앉았다 하는 연애 기분 따위, 이제 자신에게는 지겨운 짓거리일 뿐이었다. 그랬는데 내가 왜 이러나, 하고 내심 놀라면서 지하루를 슬쩍슬쩍 훔쳐보았다. 하루히코로서는 자신이 이 여자를 딱하게 여기거나 재회를 기뻐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머니가 착착 짜둔 계획에 말려드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남았지만, 그래도 하루히코는 이따금 내보이는 지하루의 웃는 얼굴에 숨을 죽이곤 했다. 어쩌다 한순간, 웃고 있는데도 우는 얼굴처럼 보이곤 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상해볼 때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더해갔다.
_ 「달맞이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