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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72759805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귀화성
제2장 만생원
제3장 승덕부
제4장 해포자
제5장 미친 라마승
제6장 백살만
제7장 영삼점
제8장 마왕묘
제9장 허락의 땅
책속에서
지금부터 내가 풀어놓을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나는 이 이야기가 모두에게 잊힌 역사적 사실인지, 혹은 고향에 대대로 전해지는 꿈과 환상이 빚어낸 허상의 기억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이 이야기의 원작자가 아니라 성실한 기록자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나처럼 적봉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현실 세계와 완벽한 혼연일체를 이룬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클로비스는 광고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 줄기 서광이 그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자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해졌다. 초원에 영사기를 가져가려던 이유가 무엇인가? 화국상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초원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선교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계획의 핵심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그 일이 꼭 영사기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서광이 비추는 순간 클로비스의 마음도 환해졌다. 이와 동시에 떠오른 기괴한 생각이 빛을 빨아들이며 점점 커져갔다. 만생원의 진귀한 동물을 사들여 적봉에 동물원을 만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매한가지가 아닌가? 초원의 사람들은 수사자의 우렁찬 포효를, 아나콘다의 공포를, 얼룩말처럼 털 모양과 색깔이 특이한 동물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이 동물들을 데려가 초원 사람들 눈앞에서 포효하고 달리게 할 수 있다면, 영사기 화면보다 더 큰 놀라움을 안길 수 있지 않겠는가! 초원에 동물원을 세운다니! 이 얼마나 기발하고 절묘한 생각인가!
잠시 후 만복이 거대한 몸을 두어 번 흔들더니 두 앞발을 바닥에 꿇고 앉았다. 만복이 서 있는 위치가 갈라진 가산 틈 아래였고 마침 정오라, 만복이 몸을 낮추는 순간 원래 가려 있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만복의 이마와 클로비스 사이로 쏟아지는 성스러운 황금빛 햇살이 두 사람을 따뜻하게 감쌌다. 어쩌면 이 동작은 특별한 의미가 아니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만복이 더는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클로비스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불쌍한 영혼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외침은 신의 계시가 분명했다. 그는 만복의 몸을 탁탁 두드리며 또 한 번, 미친 결정을 내렸다.
“나와 함께 적봉에 가자. 그곳이 우리를 받아줄 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