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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2759881
· 쪽수 : 432쪽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심리 상담사 셔먼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문제가 있다면 내가 대화에 서투르다는 거다. 제일 간단한 대답마저도 하려면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고 한 것 같다. 선생님은 편지를 쓰면 좀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발산할 수 있고 나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법을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지만 덕분에 선생님이 수월해지는 면도 분명 있을 거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지금까지 쓴 걸 읽어본다.
에번 핸슨에게
이 편지가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때도 있다. 원래 목적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시키는 건데,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서 심리 치료사가 내준 숙제를 하는 아이는 없다. 아마 심리 치료를 받는 아이도 없을 거다. 다른 아이들은 간식 먹듯이 항불안제 아티반을 먹지 않는다. 남들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말을 걸거나 쳐다본다고 몸을 꿈틀거리거나 꼼지락거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보고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이지도 않을 거다.
다시 상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이상하다는 건 나도 안다. 진짜다.
나는 왜 이럴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고 나를 계속 속이는 이유가 뭘까? 사태는 항상 점점 더 나빠지게 되어 있다. 반드시 그렇다. 인생이 원래 그렇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점점 나이를 먹고 머리가 세고 몸이 아프게 되어 있고 그걸 거스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1분, 1초가 지나갈 때마다 죽음에 가까워진다.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나빠지고 나빠지고 나빠지다가 죽음을 맞는다. 나는 앞으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까지 한참 남았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또다시 실망감이 느껴진다. 나는 투명인간으로 지내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싫었다. 그러니까 이제 마음이 편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 남들의 시선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주목을 받는다는 게 기분이 좋기도 했던 모양이다.
코너 머피는 날마다 점심시간을 어떤 식으로 버텼는지 궁금해진다. 어디 앉았을까? 누구랑 뭘 먹었을까? 나는 관심을 기울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한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