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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72759966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인어
여배우
닭
영계
몸의 시편
로맨틱 상실사
세 번째 X군
옮긴이의 말 ‘상실’의 시대
리뷰
책속에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우리는 여전히 자주 만나 맥주, 담배, 침묵, 한숨으로 계절의 순환과 무관하게 늘 적막한 밤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날 이후 그 일에 대해 다시 얘기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X군의 계획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었고 내가 약속한 삼천 위안도 줄 필요가 없어졌다.
X군은 그녀에게 집을 얻어주었다고 말하지 않았고, 나도 그녀에게 집을 얻어주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성가신 여자였고 그저 긴 밤 시간을 죽이기 위한 이야깃거리였을 뿐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X군과 나의 알량한 선의에 가한 고통은 순간적이었으며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_「인어」
가벼운 미소가 아니었다. 그게 그의 진심이라는 걸 그녀는 알았다. ‘고마워.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씁쓸함이 담긴 미소였다. 그녀는 하마터면 그의 모든 걸 용서할 뻔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그가 단호하게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며 허공으로 울려 퍼진 둔중한 소리의 여운이 천천히 내려앉을 때쯤 그녀가 탁자 위에 있는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를 열고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다이아몬드는 언제나 휘황한 광채를 발한다. 밤이든 낮이든 그 어느 때든.
_「여배우」
“그 교수에게 밥을 샀지. 술도 마셨어. 교수라 그런지 점잖고 고상하더라. 그런데 헤어지기 전에 갑자기 이러는 거야. 자기 집이 너무 좁은데 수십 년이 되도록 학교에서 아파트를 바꿔주질 않는다고. 어쩔 수 없이 마누라랑 한 방을 쓰지만 자신은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고 있는데 마누라는 옆에서 쿨쿨 잘도 잔대. 코까지 골아가면서 말이야. 그래서 매일 밤 침대에 눕기만 하면 마누라를 죽여버리고 싶다나.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누라를 도끼로 찍어서 두 동강 내고 싶다고 했어.”
_「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