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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3010004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어린 시절
2. 젊은 시절
3. 낮은 산
4. 어느 낮은 산
5. 높은 산
6. 어느 높은 산
7. 아주 높은 산
8. 새벽
9. 황혼
10. 어둠
11. 음악
12. 꽃
13. 추악함
14. 폭풍
15. 고요
16. 휴식
17. 유머
18. 우정
19. 죽음
20. 육체적인 존재
21. 이성적인 존재
22. 정신적인 존재
23. 인연
초판 옮긴이의 말 - 산을 걷는 명상가
개정판을 펴내며 - 30년 세월과 산
책속에서
머리말
어휘는 기껏해야 하나의 양상을 보여줄 따름이고,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계에서 바탕을 이루는 정신적 진리를 겨우 엿보게 해주는 그 이상의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
“왜 산을 오릅니까?”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오직 구체적인 경험과 그런 경험 속에 스며있는 관념의 표현에 입각해서만 대답할 수 있으며, 하얀 빛이 사실은 여러 빛깔로 이루어졌듯 그 경험이 많은 부분으로 엮어졌기 때문에 명상적인 양상을 띠게 될 때는 아름다움의 작은 조각이라도 언어로 해석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모든 창조 뒤에 숨겨진 신
의 사랑과 목적을 진실로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눈부신 아침이었다.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점 없었다. 세상에는 소리가 없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가운데 눈이 내려 소나무에 내려앉았기 때문에 가지들이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었다. 눈의 무게에 눌려 이리 저리 휘어진 나무들은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모든 것 위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공평하게 군림했다. 살을 에거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
기가 아니라, 고요하고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습도가 전혀 없고, 투명한 냉기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찬란한 햇빛이 무한한 에너지를 세상으로 쏟아놓았지만, 그래도 눈의 결정체는 단 하나도 녹이지 않았다.
낮은 산
자연은 자신이 귀여워하는 자식에게 옷을 입히는 데 있어서는 낭비를 아까워하지 않는 자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변덕스러운 날씨는 하루하루가 모두 다르다. 자연은 한없이 이렇게 옷을 입혀 보기도 하고 또 저렇게 입혀보기도 한다. 자연은 산봉우리에 구름을 걸쳐 보기도 하고 황무지를 가로질러 안개를 씌우기도 한다. 바람과 비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경우도 별로 없다. 자연이 휴식을 취할 때도 가끔씩은 있는데, 그러면 스카이섬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고요한 바다 위에서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