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3223312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 행복은 먼저 손 내밀지 않으므로
·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
·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는 사내
·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은 것뿐
· 대리운전 기사와 성사(聖事)의 소리
· 우리 인생의 첫 행운
· 세상은 잠시 그 둘을 중심으로
· 마트에서 그녀가 굽고 있던 것
· 봄눈 녹듯이 스러질 테니
· 꿈은 사라지지 않고 유예된다
· 지하철에서 10번이나 당신을 봤습니다
· 40年 전의 소녀들
· 믹스 커피 한 잔을 위한 베스트셀러
· 지하철 3호선의 카이저 소제
· 패스트푸드점 알바생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 황조롱이 가족의 은빛 둥지
· 편의점 청년의 'Tears In Heaven'
· 천 원짜리 한 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 풀빵 냄새는 거리를 가득 메울 만큼 짙다
· 스타벅스 컵을 든 여직원의 일갈(一喝)
· 곰인형 열쇠고리와 장미꽃 스무 송이
·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 김 상사의 귀천(歸天) 그리고 죽음과 생명의 경계
· 에필로그 : 인간성 실종의 시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에 근무하던 언론사에는 칠순이 훌쩍 넘은 경비원 아저씨가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그를 수첩왕자고 불렀던 것 같다. 우연히 본 그의 수첩에는, 하루 일과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과 인생의 궤적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는 치매 초기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약물치료나 요양을 택하지 않은 채 수첩에 자신의 소중한 것을 적어가며 흐릿한 기억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운한 느낌이 들어. 내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어떤 커다란 것을 강탈당하는 느낌이랄까. 병원을 나서면서 몇 가지 결심을 했다네.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같은 건 잊지 말자고. 그리고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로 여기자고."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중에서
불쑥 한 중년 여성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서울역 가는 뻐스 맞습니꺼?" 양쪽 손엔 병원에서 지낸 듯한 흔적이 보인다. 옷가지와 이불 보따리가 잔뜩 들려 있다. (…) 난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정확히 말하면 비자발적으로 엿듣게 됐다. 병상에 있는 남편이 집으로 내려가는 부인이 걱정돼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녀는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입니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순간,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란 말이 내겐 “당신이 지금 살아 있어줘서 참 다행”이란 말로 들렸다. 그녀는 40여 분 뒤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봤을 때만큼 처량해 보이지가 않았다. 뭐랄까. 매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았고,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은 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중에서
그는 10여 년 간 노숙생활 했다고 고백했다. 5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류도매상을 하다 사업에 연이어 실패했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설픈 보험사기도 시도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노숙이라는 '사회적 자살'을 택했다. 그가 정신을 차리게 된 건 아이때문이다. 먼 발치에서 이쁘게 자란 딸 아이를 봤지만 말을 걸지 못했다. ‘아직 늦지 않은 걸까.’ 그는 상담사의 권유로 잡지를 판매하게 됐다. 매일 7~8시간씩 잡지판매원이란 명찰을 목에 걸고 지하철역이나 번화가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 잡지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돌려 다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잡지 사세요. 잡지 사세요." 그리고 그는 과거가 아닌 내일을, 소중한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고 있었다.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는 사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