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 때까지

1. 그대는 무슨 일로
겨울비
수국밭에서
성냥개비
잠자리 1
그대는 무슨 일로
앵두 한 알
흑백사진을 보며
엽서
흔들림
설야
걸인의 노래
일기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모춘일기
작업
거울 밖에서
길섶
4월
점등인의 노래
누님 생각
간혹 왕십리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2. 가을비
빈손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우계
엽서를 태우다가
가을비
2월
여름의 끝
시인의 이름
변주곡
3월
벚꽃
11월
아이
찔레꽃
해거름
먼지
등꽃 1
등꽃 2

3. 스무 살의 수채화
그대와 헤어지고
안개중독자
장대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강이 흐르리
스무 살의 수채화
생일에
춘궁기
실행증
비단개구리의 노래
표류기
잠자리
포도주
금관악기 진혼곡
지렁이
술래
퇴근
봄날은 간다
12월

4. 함께 있는 때
자장가조
술길
9월
공간소묘
간호
회상수첩
가을의 창문을 열면
함께 있는 때
포행
염화시중
여여
금상첨화
모월모일
불빛
구름 걸린 미루나무

5. 초저녁 강가에서
천체 망원경을 보면
인연설
풍경
백정의 노래
일몰
풀꽃, 술잔, 나비
기적을 기다리며
면회
혀 꼬부라진 소리로
초병의 노래
뱀
초저녁 강가에서
할머니가 해주신 옛날 이야기
7월
빨래줄
난초꽃 피는 송춘섭의 셋방

6. 회복기
겨울 예감
객지
물돌
1월
동전의 노래
5월
팔자소관
별
회복기
8월
칼
날마다 하늘이 열리나니
봄감기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은행나무
장마전선
송년가

7. 시간퇴행
발자욱
습작기
약속
봄의 바람에
한밤중
새벽 여인숙에서
시간퇴행
꽃뱀
목말
난
10월
악보 적기
키
풀꽃
물레곡
외등 밑
나는 왜 통조림만 보면 화가 날가
네 필의 말과 마차

8.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첫사랑
항구 수첩
6월
정오
우필엽신
춘천에서
기소유예
장님의 피리
연말결산
장마비
초생달
입동
광장의 저녁 바람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작가가 말하는 작품 세계

안개중독자

사랑아
그대가 떠나고
세상의 모든 길들이 지워진다
나는
아직도 안개중독자로
공지천을 떠돌고 있다
흐리게 지워지는
풍경 너머 어디쯤
지난날
그대에게 엽서를 보내던
우체국은 매몰되어 있을까

길 없는 허공에서 일어나
길 없는 허공에서 스러지는
안개처럼
그토록 아파한 나날들도
손금 속에 각인되지 않은 채로
소멸한다
결국 춘천에서는
방황만이 진실한 사랑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