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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378845
· 쪽수 : 3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이런 걸 쓴 거야. 썼으면 썼다고 나한테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지, 무단으로 남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다니, 말도 안 돼. 그것도 모르고 덩달아 파티에서 싱글벙글 웃기나 하고, 사람 완전히 바보 됐잖아.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내 과거를 알고 있다는 거 아냐. 아니, 그런 사람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너 말이야! 료스케 씨나 마토바도 이걸 읽을지 모른다고. 남의 기분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나 있니?"
아리코 언니는 머뭇거리지나 우물거리지도 않고 단숨에 호통을 쳤다.
아아, 들통 났구나. - 본문 60쪽에서
나는 살며시 이해했다. 그래, 고토코 언니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가족들의 시간을 멈춰보고 싶었던 거다. 아무도 나이를 먹지 않는 애니메이션 방송이다. 채널을 맞추면 언제나 그곳에서 우스운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 안에 해결되고, 다음 주에 다시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 그 안에선 아무도 나가지 않고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모르고, 모토코 언니는 오랜 시간을 들여 쌩얼 메이크업을 하고, 아리코 언니는 하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미소 짓는다. 우리가 하는 일은 전부, 시작했을 때부터 끝이 나 있다고, 아리코 언니는 그렇게 말했지만, 고토코 언니는 그 반대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의 반복. 아리코 언니가 마토바 자식과 함께 사라진 것도, 모토코 언니가 미팅을 접고 집에 들어앉게 된 것도, 모두 고토코 언니가 쓴 그 밋밋한 영원 속으로 섞여 들어가 버렸기 때문 아닐까. 안 그래, 언니? 나는 폰키치에게 하듯, 옆에 앉은 고토코 언니에게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말했다. - 본문 341~34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