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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2707
· 쪽수 : 9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작은 새가 좋아하는 것 중의 한 가지는 세탁기. 내가 세탁기를 돌리면 곁에 다가와 질리지도 않는지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비누 거품과 물이 넘실넘실 소용돌이치는 걸 바라보면 상쾌하다고 했다. 그럴 때 내가 깜빡 뚜껑을 닫아버리면 몹시 기분 나빠 했다. 당황해서 급히 열어주어도 이미 때는 늦다.
“내가 그 안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한다는 거, 다 알면서.”
화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병이라는 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거야. 어디에도 나갈 수 없어. 종일 잠을 자고 아침저녁으로 약을 받아먹으면서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거라고.”
설명을 마치자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겠는데, 약이라는 건 럼주를 끼얹은 아이스크림이야.”
기억이라는 건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걸까. 지금껏 잊고 있던 일들을 작은 새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 자꾸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예전의 작은 새에 대한 기억. 대개는 좋은 추억이지만 개중에는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한 마리의 작은 새로서 내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너의 결점을 알려줄까?
언제였던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이 방에 있었던?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와 어느 날 갑작스레 사라져버린?진한 갈색의 작은 새에게서.
-결점?
나는 되물었다. 여름이었고 우리는 창문을 열어둔 방 안에 있었다.
-너는 남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편이야.
작은 새는 내 눈을 쳐다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게 잘못인가?
-이따금 몹시 쓸쓸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