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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73812790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수박 향기
후키코 씨
물의 고리
바닷가 마을
남동생
호랑나비
소각로
재미빵
장미 아치
하루카
그림자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잉꼬는 말이지."
후키코 씨가 불쑥 말을 꺼냈다.
“잉꼬는 한번 새장에서 도망가면 돌아오지 않는대. 도망간 애들끼리 공동체를 만들어서 산다는 거야.”
“공동체?”
“응, 마을 같은 거. 도쿄에도 그런 잉꼬들이 모여 사는 데가 많이 숨어 있대.”
후키꼬 씨가 대답했다.
“사람들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다면 좋을 텐데.”
도망친 잉꼬들의 마을. 나는 벌집에서 붕붕거리는 꿀벌처럼 파랑과 초록의 작은 새들이 재잘대는 장면을 상상했다. _후키코 씨
나는 커다란 우산을 어깨에 걸쳐 들고, 파란 장화를 신고 걸었다. 비에 갇힌 느낌을 좋아해서 빗발이 거세면 거셀수록 신이 났다. 발치에 생기는 무수한 물의 고리, 우산을 때리는 빗방울의 감촉, 그리고 바깥 세계와 나를 완전히 가르는 듯한, 경쾌하고 요란한 물소리.
나는 담을 따라 걸으면서 달팽이를 밟고 지나갔다. 장화 밑바닥에서 아작 뭉개지는 가볍고 상쾌한 감촉이 전해져 걸음걸음마다 즐거웠다. 아작, 하는 찰나의 그 허망함. 학교에 가는 길목에서, 나는 그 살육에 열중했다. _물의 고리
나는 음산한 아이였다. 거짓말도 잘했다. 학교를 싫어했다. 다른 아이들이 싫었고, 철제 창틀과 천장의 형광등도 싫었다. 운동장도 발판도 가정 실습실도 교내 방송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들리는 지지직하는 소리도.
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얌전했고, 성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아이들 속에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면 그만이었다. _소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