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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3223
· 쪽수 : 584쪽
책 소개
목차
1. 1982년 가을
2. 1968년 늦봄
3. 1968년 가을
4. 1987년 여름
5. 1960년 가을
6. 1963년 겨울
7. 1973년 여름
8. 1984년 한여름
9. 1964년 5월
10. 1989년 늦가을
11. 1990년 초여름
12. 1972년 5월
13. 1974년 1월
14. 1974년 2월
15. 1976년 봄
16. 1994년 겨울
17. 1995년 봄
18. 2000년 2월
19. 2000년 여름
20. 1969년 여름
21. 2000년 초겨울
22. 2001년 3월
23. 2006년 늦가을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날 밤, 나는 욕조 안에서 난생처음 우리 집을 조금 걱정했다. 언니와 우즈키를. 우즈키에게는 아사미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있고, 언니에게는 기시베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아빠가 있다. 그것이 만약 흔한 일이 아니라면, 우즈키나 언니에게는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 곤란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가 바라보았던 것은 정원 한 모퉁이에 척척 완성되어가는 건물이 아니었다. 갓 깎은 나무 벤치도, 새 욕조도 아니었고, 빨갛고 노란 선이 구불구불 들러붙은 배전반도 아니었다. 나와 우즈키가 숨죽인 채 열심히 지켜보았던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정원의 한 모퉁이였다. 벽을 기던 벌레였고, 흙이었고, 일찍이 그곳에 세워져 있던 갈퀴와 대빗자루였고, 사라져버린 아라키 씨였고, 할아버지였고, 그곳에 흐르던 시간이었다.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