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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73815739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때론 슬픈 예감 속에서도 나아가야만 하는 게 삶인 것을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샬럿의 여인
고독 속에서 휴식을 찾다
앙드레 브리에 |호숫가의 벤치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고 싶은 날
장 베로 |기다림
잠 못 드는 밤을 파랗게 지새워본 적 있나요
에드바르트 뭉크 |생클루의 밤
내 삶의 계단에는 흰색을 칠해주세요
존 싱어 사전트 |카프리의 계단
세상 모든 아픔이 그저 한바탕 말다툼일 뿐이라면
프레더릭 헨드릭 캐머러 |말다툼
사랑, 나도 모르는 내 마음
부그로 |큐피드에 맞서는 소녀
누구 나와 함께 꽃 위에 누우실 이 없나요
마르크 샤갈 |라일락 속의 연인들
거울 속의 나, 내가 알고 있는 나
비제 르브룅 |자화상
마음에 화장을 하고 싶은 날
프레더릭 칼 프리스크 |무대에 오르기 전
간절한 바람은 푸른색이다
사소페라토 |기도하는 성모마리아
아름다울 만큼만 슬퍼하기
장 피에르 카시뇰 |앨리스와 튤립 부케
이상한 나라로의 휴가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내 안에 있는 건 집착일까 사랑일까
존 화이트 알렉산더 |이사벨라와 바질 항아리
네 욕망에 물을 주어도 좋다
존 싱어 사전트 |마담 X
나 그대 때문에 꿈을 꾼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 |기대
내 삶의 풍경, 우윳빛으로 채색하다
알프레드 시슬레 |빌뇌브―라―가렌의 다리
그대의 행복으로 나도 행복합니다
해밀턴 해밀턴 |사과꽃 흩날리며
그 파랑이 나를 미치게 한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내 아픔이 비에 씻겨 내려가길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비
삶과 함께 흐르는 강
프리츠 소로우 |물레방아
잃어진 사랑을 목 놓아 부르다
귀도 레니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나를 대신해 슬퍼해줄 이
리하르트 게르스틀 |웃는 자화상
나를 태우고 있는 마음의 불을 꺼야 할 때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회색과 검은색의 협주곡, No.1: 화가의 어머니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달콤한 자유
라울 뒤피 |프롬나드 데 장글레
내 마음의 예쁜 부적 하나
존 에버렛 밀레이 |나의 첫 번째 설교 |나의 두 번째 설교
아이보다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에두아르 뷔야르 |침대에서
내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존 에버렛 밀레이 |신부 들러리
기억은 내 봄날의 소풍처럼
클로드 모네 |개양귀비꽃
누군가 그대 뒷모습 바라봐 줄 이 있을 때
빌헬름 함메르쇼이 |실내
웃는 초상화 한 점 추가요
프란스 할스 |야외 가족 초상화
책을 들고 소풍을 가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여인
여자의 슬픔은 파스텔빛이다
마리 로랑생 |개와 소녀들|꽃병
내가 바라보는 게 그저 푸른 하늘이라면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내 슬픔도 오래된 책처럼 잠잠해지기를
얀 베르메르 |물병을 든 젊은 여인
외로운 이의 찬란한 창가
피에르 보나르 |창
빗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다
빈첸초 이롤리 |창가에서
내 머리를 적셔줄 샘은 어디 있을까
콩스탕 몽탈 |영감의 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가질 수 있어
앙리 마티스 |연보라색 드레스와 아네모네
언제나 마지막 현은 남아 있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 |희망
그림 색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소페라토?’
모르는 화가였어. 하지만 성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그린 그림은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지. 이 시대 성화들은 복잡한 도상학과 상징이 뒤얽혀 있어서, 잘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그림을 봐도 보는 게 아닌 경우가 많거든. 하지만 이 그림에는 오직 하나, 영원을 향한 듯한 깊은 기도가 있을 뿐이야.
무엇보다 이 그림이 도드라져 보였던 건 성모가 걸친 옷의 푸른색 때문이었을 거야. 그린 지 삼백여 년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칠한 듯 선명하고 맑은 푸른빛.
(중략)
전에는 포기하지 않는 간절한 바람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소원을 이루는 것보다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지. 차라리 소원 따위는 품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너도 벽옥처럼 푸르던 바람을 그만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 그림 속 성모의 푸른 옷자락에 소원을 새겨 넣어봐. 오늘날의 화학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아니 보석 그 자체인 저 푸른빛이 바라볼 때마다 처음 그대로의 간절함을 일깨워줄 거야.
- 사소페라토, '기도하는 성모마리아' 중에서
이 그림은 한마디로 ‘이상한 그림’이야. 분명 사막 같은데 호수와 잇닿은 물가, 멀찍이 호수 너머로 만년설인지 빙하인지 모를 흰빛을 뒤집어쓴 산들, 사막에선 살지 않는 사자의 어이없는 출몰, 달이 높이 뜬 한밤중인데도 어둡지 않고 푸르기만 한 하늘, 그리고 가혹한 사막의 밤에 만돌린 하나 달랑 들고 태평하게 누워 있는 여자.
어쩌면 그 ‘이상함’이 나를, 내가 사는 다른 면모로 이상한 현실에서 잠시 떠나게 해준 것일지도 모르겠어.
이 이상하고도 이상한 그림 속 나라에서 집시 여인과 사자는 아무리 봐도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로는 보이지 않아. 사자와 여자는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든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걸. 아마도 맹수마저 교감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저 마법과 같은 달빛이 현실의 고통 따위는 잊어버리게 하는 것 같아.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소한 그럴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벽을 느끼고 상처를 받아. 반대로 가장 이질적인 존재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말할 수 없는 환희를 느끼게 되지. 도무지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존재와 실낱만큼이나마 교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커다란 의미가 될 수도 있어. 난 이 그림이 사람들이 지닌 그런 욕구를 담은 것만 같아.
-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중에서
결혼식 후에는 들러리들만의 은밀한 의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신부의 결혼반지를 쥐고 그 틈으로 결혼 케이크에서 떼어낸 조각을 아홉 번 통과시키면 훗날 결혼하게 될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나. 그녀는 이제까지 남자를 사귄 적이 없어.
(중략)
신비로운 그림 속의 저 소녀도 완성되지 않았기에 한없이 찬란한 미래를 가졌어.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을.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건 저마다 할당된 가능성을 갖고 사는 건지도 몰라. 손에 쥔 게 없다는 건 앞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지. 억지로라도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정말로 누군가를 만날 가능성으로 외로움을 감미롭게 즐겼던 것도 같은 그때의 나처럼, 소유가 없는 빈손을 하루하루 설레어 하며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일상이든 특별해질 거야.
- 존 에버렛 밀레이, '신부 들러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