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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73816798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1부 황금
제1장 피터 님블의 어린 시절
제2장 모자 장수의 신비한 상자
제3장 피터 님블과 멈블티펙 파의 대결
제4장 토드 경과 친숙한 목소리
제5장 케이크 교수의 난처한 호수
제6장 사라진 왕국
제7장 산들바람을 따라
제8장 사막 감옥에 갇히다
제9장 불쌍한 스캡스 영감
제10장 언덕 위로 부는 산들바람
제11장 주전자 바위의 까마귀 떼
제12장 도둑의 소굴
제13장 피터 님블, 둥지를 치다
2부 오닉스
제14장 완벽한 궁전
제15장 피클과 나눈 이야기
제16장 야간 순찰대
제17장 사이먼과 사라진 아이들
제18장 영웅 같지 않은 영웅
제19장 저주받은 생일
제20장 왕의 연설
제21장 릴리언
제22장 시계 괴물
제23장 개의 털
3부 에메랄드
제24장 아무개 왕자의 귀환
제25장 망각의 뿌리
제26장 친구를 찾습니다
제27장 전쟁의 회오리
제28장 정면 돌파
제29장 대홍수
제30장 배신자의 저주
제31장 재회
리뷰
책속에서
대부분의 갓난아기들이 그렇듯 피터도 이름 없이 세상에 등장했다. 어느 날 아침, 술에 취하긴 했으나 심성이 고운 뱃사람들이 배 옆을 동동 떠다니는 바구니 안에서 아기를 발견했다. 사내아이의 머리맡에는 커다란 까마귀가 앉아 있었는데 그 녀석이 아기의 눈을 쪼아 먹은 것 같았다. 비위가 상한 선원들은 그 새를 죽여버리고 아기는 근처 항구 마을의 관리들에게 데려갔다.
그 마을의 치안판사는 눈이 먼 갓난아기가 싫었지만 그 지방 조례에 따르면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게 그의 의무였다. 그들은 엉터리 자장가를 부르고 침묵 속에서 손짓만으로 의식을 치른 후 아기에게 피터 님블이라는 세례명을 내렸다. 그렇게 아기는 이름 하나만 달랑 얻은 채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졌다.
처음 얼마 동안 아기는 상처 입은 어미 고양이의 젖을 빨았다. 그 지방 선술집의 마루 밑을 기어 다니다가 마주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인간 아기가 자기 털에서 이와 진드기를 잡아주자 그 아기를 곁에 붙여두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비극이 일어났다. 선술집 지배인이 베란다 밑에 똘똘 뭉쳐 있는 그들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기생하는 해충들을 발견한 사내는 치를 떨며 고양이 일가족을 봉지 안에 몽땅 처넣고는 바다에 던져버렸다.
피터는 손가락을 능란하게 놀려 봉지의 매듭을 푸는 것으로 그의 운명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몸에 털이 없는 데다 물에 잘 뜨는 체질 덕분에 아기는 별 어려움 없이 물가로 돌아갈 수 있었다.
「피터 님블의 어린 시절」 중
10분 후, 소년은 잠이 든 킬러 옆을 까치발로 살금살금 지나 얼른 지하실 계단을 내려왔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셰이머스 씨가 곧 들이닥쳐 도둑질을 해 오라고 피터를 바깥으로 내몰 게 분명했다. 피터는 몸은 피곤했지만 신바람이 났다. 소년은 지하실 구석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가방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 그윽하면서도 퀴퀴한 냄새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토록 달콤하고 매혹적인 냄새는 이제껏 맡아본 적이 없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점차 강해지는 그 향기에 집으로 돌아올 때부터 이미 마음을 빼앗긴 터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피터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려고 계단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운이 좋으면 셰이머스 씨에게 모두 넘겨주기 전에 약간이나마 덜어 주머니 안에 감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피터는 집게손가락을 꼼지락거려 준비 운동을 한 다음 손끝을 열쇠 구멍 안에 넣었다.
딸깍.
자물쇠가 열렸다. 피터는 뚜껑을 열어 안을 더듬었다.
상자에는 알이 여섯 개 들어 있었다.
피터는 어리둥절해서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그 매끄러운 겉면을 쓰다듬어보았다. 역시 보물이라는 건 아무 데서나 발견되는 게 아니었다. 이건 암탉이 낳은 평범한 달걀에 불과했다. 소년은 목을 긁적거렸다. 상자 뚜껑을 열고 나서부터 그 특이한 향기가 더 강하게 났다. 상자 안 어딘가에 보물이 있는 게 분명했다. 피터는 이음새나 이중 바닥의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상자 주변을 더듬었다.
「모자 장수의 신비한 상자」 중
“말하는 고양이란 말인가요?”
그동안 별의별 신기한 일을 겪었지만 말하는 동물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터도 여느 아이들처럼 말하는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도, 기사의 모험담도 좋아했다. 그런데 귀엽고 말도 하고 기사 작위까지 있는 동물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토드 경이 지적했다.
“난 인간이야. 단지 지금은 고양이와…… 말의 몸에 갇혀 있을 뿐.”
헛소리처럼 들렸지만 이 설명은 아주 정확한 표현이었다. 옛날에 토드 경은 결투와 아가씨들에게 헛심을 쓰며 살아가던 평범한 기사였다. 하지만 어느 날 저녁에 별안간 불운이 그에게 닥쳤다. 마녀가 자고 있는 창문 바깥에서 순종 준마와 함께 길 고양이와 싸움을 벌인 게 실수였다. 마녀들은 원래 마른날의 날벼락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데다 잠이 부족할 때는 성미가 더욱 고약해진다. 그 심술궂은 마녀는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 창문 바깥으로 받침 접시를 내던지면서 주문을 걸었고, 그 결과 토드 경과 그의 말과 그 길 고양이는 하나로 합쳐져 우스운 동물이 되었다.
토드 경의 몸집은 고양이 크기로 줄어들었고, 섬세했던 골격에는 움찔움찔 움직이는 말의 귀, 가느다란 꼬리, 촌스러운 말굽이 생겨났다. 고양이상으로 변한 얼굴에 남겨진 짙은 눈썹과 숱이 많은 신사의 콧수염은 잃어버린 그의 옛 모습을 상징하는 가슴 아픈 흔적이었다.
「토드 경과 친숙한 목소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