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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3817917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당신은 재즈처럼
목성의 마지막 오후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팝콘 파라다이스
라임 라이더
아보카도 아지트
차라리 체리파이
그 남자의 흔적
아름다운 아델라이데
안단테 아르페지오
아무도 말한 적 없는 슬픔
be my muse
좋은 시절
국경의 레스토랑
국경의 음악회
국경의 로즈가든
국경의 가면무도회
국경의 크리스마스
국경의 웨이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몸을 돌려 당신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당신은 나의 부재를 눈치채줄까. 나를 찾고 나를 부르고 나를 걱정해줄까. 그때쯤이면 당신은 나와 함께 새로운 곡을 연주할 마음이 될까. 당신의 옛 연인을,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녀를, 그녀의 완벽한 미소를, 나는 지울 수 있을까. 그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당신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그 베일이 사라져도 당신은 나에게 여전히 이토록 애틋할까. 끝나지 않는 사랑은 없어요. 하지만 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재즈처럼 매혹적인 당신에게.
_「당신은 재즈처럼」
그녀가 남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테이블 위에는 하얀 아스파라거스가 눈처럼 쌓여 있었다. 수프가 나오고, 초록색과 오렌지색과 크림색의 소스가 곁들여지고, 소금과 버터를 넣고 삶은 감자를 담은 커다란 그릇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일곱 명의 손님들은 아스파라거스에 소스를 듬뿍 뿌린 다음, 입맛을 다시며 차가운 화이트와인을 마셨다. 이미 아스파라거스를 입에 넣은 사람들의 입술 사이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아스파라거스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어쩌다 남자와 눈길이 부딪치면, 급히 다른 곳을 보며 급히 화이트와인을 마셨다. 옷에 잡힌 주름에 몹시 신경이 쓰였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그래서 식사 도중에 실례를 무릅쓰고 자리를 떠나야 했다.
_「아마도 아스파라거스」
한숨을 쉬고 막 돌아서려는데, 맞은편 옥상에서 반짝, 하고 빛이 났다.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반짝반짝 규칙적으로 빛을 내기 시작한 그것은 타원형의 둥근 공 모양이었고, 달빛 아래 드러난 색깔은 초록색이었으며, 표면은 울퉁불퉁한, 그러니까 이를테면, 커다란 라임처럼 보였다.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라임이, 바로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저렇게 커다란 라임이…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빛을 내다니.
_「라임 라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