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3818174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바나나 리브즈
나비와 바다의 놀라운 인생
당신도 이미 아는 이야기
누가 누구를 배신했느냐의 문제
나는 책갈피다
시인이 된 우체통
마음을 사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내 생애 마지막 날
한 번만 더
무거운 꽃
새벽 네 시의 편지
우물인간
너무 많은 구두, 너무 많은 계단
나에게 새로운 대사를 줘요
잘 만들어진 사랑은 없다
줄리엣의 유언
왼손을 위한 무덤
실물 크기의 희망
요스터파파쿠르쿠르 공원
버터 호랑이
달을 둘러싼 사실과 진실 또는 거짓말
묻지도 말고
칠 일 동안의 사랑
죄송하지만 주문은 취소할게요
비상구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세 가지 가설
헤어진 연인들의 편지
그 집 앞
루앙프라방의 푸른 이별
남극에서의 하룻밤
스노화이트
베르테르의 순정에 관한 로테의 입장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분실물 보관소
빨강의 스펙트럼
밀리언 달러 초콜릿
해바라기와 채송화, 혹은 담쟁이덩굴이나 달팽이에 관하여
국경의 도서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여행을 대신해주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정해준 여행지와 날짜, 기간과 목적에 맞추어 경비를 산출하고 스케줄을 짜고 난이도를 감안하여 일당을 계산한다. 몇 차례의 조율이 끝나고 출발일이 정해지면, 공식적으로 또 대외적으로, 나의 의뢰인을 한동안 ‘여행 중’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자신을 여행 중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그들이 얻는 게 뭐죠?” 남자는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케이크를 포크로 신중하게 자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비웃지도 않았고, 누굴 놀리는 거냐며 내 이야기를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하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차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나머지 설명을 하기로 했다.
_바나나 리브즈」
정오에 악마가 찾아왔다. 스마트하고 지적인 분위기의 악마로, 다른 날이었다면 그에게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은 내 생애 마지막 날이었다. 반하고 말고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우아한 몸짓으로 다가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즐거웠나?” 기계음이 약간 섞인 허스키한 음색은 정확하게 내 취향이었다. 역시 다른 날이었다면 그의 목소리에 반했을 것이다.
_「내 생애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