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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73819799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좌안 1
1장 노래해 노래해
2장 영 앤드 프리터
3장 일단은, 뛰어들다
4장 사랑에 빠지다
5장 운명의 수레바퀴, 그리고 주유소
좌안 2
6장 한잔 술이 할 수 있는 것
7장 아빠와 엄마, 그리고 소이치로
8장 다시 사랑에 빠지다
9장 또 다른 운명, 아미와 사키
10장 노래해 노래해, 다시
옮긴이의 말
우안 1
1장 숟가락 휘는 소년
2장 서쪽, 세상의 끝으로
3장 사랑과 죽음
우안 2
4장 슈퍼내추럴 러브호텔
5장 중력의 카르마
6장 아미와 사키의 윤회전생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타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탈 거 없어. 마리는 그냥 구경하고 있어.”
“나도 타고 싶어. 타고 싶으니까 타는 거야.”
마리는 그렇게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상자 종이에 쭈그리고 앉는 순간 소름이 좍 끼치면서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맥박이 쿵쿵 뛰었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 종이를 들고 마냥 서 있었다.
“타긴 탈 건데,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됐어.”
변명은 아니지만 마리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이치로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런데 말이지, 만사에는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든.”
소이치로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마리를 남겨둔 채 혼자 둔덕을 내려가고 말았다.
만사에는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후, 인생을 살면서 마리는 그 사실을 깨우치고, 그럴 때마다 이때 오빠가 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좌안-마리 이야기> 중에서
마리가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된 것도 그곳에서였다. 큐와 소이치로는 마리 옆에 딱 붙어 서서, 흔들리는 핸들을 잡고 끌어주기도 하고 짐받이를 잡고 밀어주기도 했다.
“핸들이 흔들리면 안 되지.”
“몸이 굳어 있으면 안 돼.”
“마리는 우리를 못 믿는구나.”
소이치로가 일부러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 큐는,
“여기 옆에 있으니까, 마리. 꽉 잡고 있다고.”
하고 말했다. 그게 몇 살 때였을까.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다.
기억은 언제나 마리의 등을 민다. 앞으로, 앞으로. - <좌안-마리 이야기> 중에서
하지만 난, 엄마가 오빠와 똑같은 일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그게 아니라,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거라 여겼지. 오빠에게 일어났던 어떤 일이 엄마에게도 일어났고, 그리고 데려간 것이라고.
사람은 누구든 같은 장소에 머물 수 없다.
가든에 서 있었을 때, 기요는 정말 아주 먼 장소에 있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있었다. 마리를 겁에 질리게 한 것은 아마도 그 거리와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안고 있는 짙은 어둠, 그리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 아무도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었으리라. - <좌안-마리 이야기> 중에서
세월.
세월이란 이 얼마나 묘하고 가차 없는 것인가. 마리는 2층에 누워 있는 아라타를 생각했다. 죽은 소이치로를 생각하고, 기요를 생각하고, 하지메를 생각했다. 쓰러졌다는 큐를 생각하고, 도쿄에 있는 사키와 아미를 생각했다.
생각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세월에 묻어갈 뿐이다. 그들도, 마리 자신도.
그 편지의 마지막 글귀는 이랬다.
서로의 오늘을 극복하기로 하죠.
소후에 큐 - <좌안-마리 이야기> 중에서
“빨리 달리는 사람, 계산을 잘하는 사람, 몸이 부드러운 사람, 말을 잘 하는 사람……. 사람에게는 나름의 능력이 있는 거야. 큐짱은 그냥 숟가락을 휠 수 있는 재능이 있을 따름이야.” - <우안-큐 이야기> 중에서
나와 마리의 관계는 대체 뭔지. 친구? 어릴 적 친구? 오누이 같은 관계? 소울 메이트? 운명의 사람?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마리는 마리, 아마도 최후의 순간까지 내 속에는 그 어릴 적 마리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해.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 그렇지만 멋진 관계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헤어지고 다투고 투정 부리는 관계일 테지. 이대로 죽을 때까지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멋져, 그런 관계! - <우안-큐 이야기> 중에서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마리가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나는 좌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릅니다. 인간의 수만큼 많은 강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강변에 서서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 <우안-큐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