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행 중
박상준, 송화, 이지수, 김상현, 보리수, 김인식, 홍지영, 김라윤, 김열음 | 글ego
13,000원 | 20221231 | 9791166662478
내 삶은 남들과는 다른 삶이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기꺼이 내 삶의 흔적, 깨달음을 남기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 받아들였다.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쓸 내용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하지?’하는 쓸데없는 염려를 했다. 하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검정 테두리 속, 네모난 모니터 안의 하얀색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을 보다가 컴퓨터를 끄고 나를 합리화했다.
‘아, 나한테는 컴퓨터로 글을 쓴다는 게 어색해서 그럴 거야.’
종이와 펜을 챙겨 들고 침대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등을 기대고 앉아서 또 한참을 종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제는 댈 핑계도 없었고 조용히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났다. 인고의 시간은 진즉에 지났고 무감각의 시각이 도래했다. 밥 먹고 양치하듯 수시로 ‘쓸 거야’를 되뇌고 주변에 널리 알렸으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늦게나마 무감각의 시대를 극복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글을 시작하는 첫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어쩌면 한 번도 마주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9명의 ‘동료’를 만났다.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내 악필을 섬세하게 다듬어줄 선생님도 만났다. (현해원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온라인상이긴 했지만 매주 만나며 선생님의 도움으로 미약하나마 필력을 키울 수 있었고, 아홉 동료의 아홉 가지 삶의 단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삶이었다. 소소했지만 담백했고, 평범했지만 특별했다. 특별하다고 느꼈던 내 것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주제도, 문체도, 각자의 삶도 모두 달랐지만, 특정 시간, 사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를 오히려 자양분 삶아 계속 나아갔으며,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았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도 아직은 잘 모른다.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잘못 왔음을 깨닫고 낙담하고,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 후 다시금 길을 걷겠다. 앞만 보고 오느라 보지 못했던 높고 푸른 하늘을 볼 것이며,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고 향을 맡겠다.
내가 놓쳤던 광경, 내음, 소리까지 모두 하나하나 느끼며 걷겠다. 비록 멀리 돌아갈지라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 인생의 길 위에서 계속 주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주행하고 있을 나와 우리 9명의 팀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바란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지 네(내)가 걷는 그 길이 너(나)에게는 꽃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