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스페인 여행기] 이제는 고생 끝. 하나님께서 짐을 벗겨주셨노라! (포르투갈 스페인 여행기)
송근원 | 부크크(bookk)
14,500원 | 20200306 | 9791137202269
유럽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여행은 2010년 여름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은 스웨덴의 최 교수 부부와 함께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고, 스톡홀름 포럼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 교수 부부에게 사정이 생겨 스코틀랜드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 교수는 스코틀랜드 대신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스웨덴으로 오라는 제안을 하는 바람에 여정을 변경하여 포르투갈과 남부 스페인을 여행하게 된 것이다.
포르투갈에서는 리스본에서 렌터카를 빌려 일단 최 교수의 별장이 있는 나자레로 가서 짐을 푼다.
나자레를 구경한 후, 에보라를 거쳐 우선 스페인의 세비자(세빌랴), 론다, 안테케라, 그라나다, 코르도바를 구경하고, 포루투갈로 다시 들어와 엘비스, 에스트레모즈, 마르방, 투마르, 파티마를 방문한 후 일단 나자레로 돌아온다.
그 다음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과 그 부근인 카스카이스, 신트라, 페니쉐, 오비두스, 알쿠바사를 여행하고, 포르투갈을 떠나 스웨덴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포르투갈은 처음이었고, 스페인은 아주 먼 옛날에 1991년이었든가, 마드리드와 톨레도를 여행한 적이 있었으므로 스페인 남부는 역시 처음이었다.
포르투갈 여행은 물론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바닷가의 절벽해안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만큼 절경이다.
나자레는 물론, 카스카이스도 해안이 좋지만, 특히 페니쉐의 절벽 해안은 정말로 볼만하다.
또한 마르방의 산 위 동네와 성, 신트라의 페나 궁전, 오비두스의 왕비의 마을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반면에 캐톨릭 신자들은 투마르의 수도원과 파티마의 대성당이 더 감동적일지 모르겠다. 비신자인 나 역시 감동을 받았으니까.
한편, 스페인 남부 여행은 세비자(세빌랴)의 알카사르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코르도바의 메스키타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모두 궁전이나 사원 등의 건물들인데 그 화려함이 더 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화려하며, 정교한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스페인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한편 절벽 위의 도시 론다, 기기묘묘한 바위돌들이 있는 엘 토르칼 등도 일생에 한 번쯤은 꼭 가 볼 만한 곳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도, 화려한 건물도 좋기는 너무너무 좋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진 경험들, 특히 소매치기 당한 경험이며, 그래서 임시여권을 만들기 위해 땀 흘렸던 기억이며 모든 것이 소중하다.
이 책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을 여행하시고자 계획하시는 분들과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내 놓은 책이다.
나의 여행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곳저곳 모두를 여행한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남부를 여행 하시려는 분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이 책은 여행 에세이로서 포르투갈과 남부 스페인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해 놓은 것인데, 이러한 여행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단지 유익한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사물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맛보기(본문 내용 중에서)
---전략---
주내는 차 내에 공기가 통하도록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차문을 잠갔는데, 창틈 사이로 차문을 열고는 핸드백과 컴퓨터만 들고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다 이루어졌도다.“ 어쩌고 떠들어댔으니 하나님께서 보셨을 때 너무나 가소로웠을 것이다.
“저놈들 시건방 떠는 꼴이라니, 쯧쯧!”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 하나님이시다. 집 열쇠까지 도난당했다면, 어쩔 뻔 했나?
뉘어 있는 컴퓨터 가방을 잡아채서 들다보니 열쇠만 미끄러져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가 일을 당해도 꼭 숨통은 열어주신다.
---중략---
아무리 도둑이 불쌍해도 사고 처리는 신속히 해야 한다.
내일 아침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으로 날아가야 하니까.
급히 나자레 경찰서로 간다.
경찰서 안에는 8일 전 이곳에 처음 도착해 길을 헤맬 때 인터넷으로 열심히 내가 보여준 주소 “Travesa do Forno"를 쳤던 미남 경찰관이다.
척 보더니 대뜸 묻는다.
“야, 너 그때 집 잘 찾아 갔냐?”
“응, 근데, 그건 지난 이야기이고, 내 여권을 도난당했다. 이게 문제다. 난 내일 스웨덴엘 가야 하는데…….”
대충 도난 시간, 도난 경위, 도난 장소, 도난당한 물품에 대해 늘어놓는다.
이 미남 경찰관은 그래도 영어를 잘한다.
도난 경위를 설명하는데 주내가 옆에서 끼어든다.
“내가 분명히 차문을 잠그고 차 뒤에 서 있었는데……. 언제 훔쳐갔는지 모르겠어요."
대답이 걸작이다.
“그놈들은 프로페셔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