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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감독/배우
· ISBN : 9791127438951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제1장 옛 친구와의 한 때
제2장 붉고 긴 벽돌담
제3장 미로
제4장 긴 이야기
제5장 레디, 액션!
제6장 '라쇼몽'까지
작품 해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
책속에서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대로 놀고 있었던 듯, 결국에는 다른 아이들과 떨어진 곳으로 책상을 옮겨서 특별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수업하던 선생님이 가끔 내 쪽을 보면서 “구로사와 군은 모르겠지만”이라거나 “이건 구로사와 군한테는 도저히 무리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이 나를 보고 킥킥거리는 것이 무척 괴로웠지만, 선생님 말대로 선생님이 하는 설명이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고 답답했다.
야마 상은 감독이 되고 싶거든 먼저 시나리오를 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시나리오를 썼다. 조감독 일이 바빠서 시나리오를 쓸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태만이다.
하루에 원고지 한 장밖에 쓰지 못하더라도, 1년이면 365매를 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하루 한 장을 목표로 해서, 밤새워 일한 날은 할 수 없지만 잘 시간이 날 때는 잠자리에 누워서라도 두세 장은 썼다. 그런데 일단 쓰려고 생각하니까 의외로 잘 써져서, 시나리오 몇 편을 완성했다.
내가 “패기 있는 친구들을 쫓아낸 건 당신들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그 중역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 사람들, 지금은 생각을 고치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무슨 말을! 생각을 고쳐야 하는 건 당신들이죠”라고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 무렵부터 서서히 일본 영화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이든 사람을 키우고 그 새로운 피로 패기를 되돌리지 않는 한, 노화현상을 일으켜 쇠퇴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일본의 영화계만큼 같은 수뇌부가 오래 눌러앉아 있는 기업도 없다.
사람이 크지 않아서 눌러앉는 건지, 눌러앉아 있어서 사람을 키우지 않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