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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242668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 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
1부 _ 돌이켜보니 온통 아름다웠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위한 연습 | 그거면 됐다 | 백발백중 명사수의 비밀 | 선물 같은 이별 |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될 때 희망은 시작된다 | 내 직업은 ‘저런 일’입니다 | 109년의 작전 | 왜 안 죽어? |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경배를 |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럴 수는 없다
2부 _ 삶은 당신의 손을 쉬이 놓지 않습니다
나, 아직 살아 있다 | 다가오는 마지막 시간에 | 할머니의 장날, 그 은밀한 이야기 | 마음 밭에 심다 | 오늘 콱 죽고 싶지만 배고픔은 느끼는 것 | 전부 내 것이여 | 매 맞는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작은 위로 | 일본에는 치매가 없다 | 낼모레면 110세 할머니의 달콤한 하루 | 작은 침대가 우주가 되는 순간
3부 _ 기억은 잊어도 가슴에 새겨진 사랑은 잊히지 않습니다
기억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 새겨진다 | 텅 빈 침대에 앉아서,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 너를 바닥에 내리지도 않고 키웠다 | 쳇바퀴 돌리는 삶일지라도 | 마지막 소원은 엄마에게 가는 것이다 | 낫지 않는 그녀의 아픈 손가락 | 사랑 못 이야기 |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 | 누가 치매에 걸릴까 | 할머니의 보약은 남아 있다
4부 _ 깊은 밤일수록 별은 더욱 반짝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이 | 치매 환자의 기억법 | 할머니가 요양원을 떠날 때 | 밤에만 들리는 동요 | 세상이 유지되는 이유 | 미소로 끝나는 삶이 있다 | 노인들은 아침마다 죽고 싶다고 말한다 | 이제 그만 잔대 | 감자조림을 보고 울었다 | 약속
5부 _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살겠습니다
엄마들은 늘 괜찮다고 말한다 | 할머니의 제사상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있다 | 마지막이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 잘 죽기 위한 여정 | 엄마도 아플 줄 안다 | 할머니의 굴뚝은 아직 따듯하다 | 할머니는 꿈꾼다, 며느리 시집가는 날을 | 하루가 너무 길다 | 질기고 질긴 것이 삶이라고 |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
에필로그 _ 더 사랑해야지
리뷰
책속에서
휠체어에 옮겨진 할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갈 곳이 없어지니 발길이 마포대교로 향했다. 마포대교 위에서 꼼짝 않고 두어 시간 동안 강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목적지도 모른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걸어 다다른 곳이 ‘영등포 광야 홈리스센터’였다. 사탕 상자의 밑바닥처럼 귀퉁이가 깨지고 동강이 난 사탕들, 이리저리 구르다 부서져 모래알처럼 조각난 사탕들이 눅눅한 설탕 가루와 함께 바닥에 엉겨 붙어 있었다. 겉은 멀쩡한데 속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들, 무기력한 눈빛으로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과만 남은 사람들 속에서 뒤엉켜 1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굳게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노숙인이 다른 노숙인을 돕는, 일종의 봉사 활동이었다. 겨울밤에는 영등포역 주변을 돌며 얼어 죽는 노숙인이 없는지 살폈고,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길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을 씻기는 일을 했다. 그때 거리에서 정말 수많은 죽음을 보았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가장 외롭고 차가운 죽음들을 목격하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삶의 의지를 다잡기 시작했다.
_ <의미 없는 인생은 없다>
텔레비전을 보며 쉬는 공용 휴게실에 다다랐을 때였다. 한 노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는 초등학생 정도의 작은 체구였는데, 두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다리를 잔뜩 구부리고 있어서 더욱 자그맣게 느껴졌다. 양쪽 옆구리엔 갈색 털의 곰 인형과 코가 사라진 강아지 인형을 각각 끼우고 있었다. 노인은 내가 다가가자 자동차 대시보드에 붙어 고개를 출렁이는 인형처럼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머리를 움직였다.
대화는 어렵지만 “아!” “아?” 같은 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다고 했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어 기저귀를 착용해야 했는데, 굳어진 다리가 펴지지 않아서 기저귀 교체할 때 보통 힘든 게 아니라고 한 요양보호사가 덧붙였다. 기저귀뿐일까, 곰 인형과 강아지 인형에 의지해 간신히 앉아 있는 것조차도 노인에게는 무척 힘겨워 보였다.
_ <선물 같은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