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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거인

김언 (지은이)
문예중앙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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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거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205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1-04-28

책 소개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김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인>이 '문예중앙시선'으로 다시 출간됐다. 6년 만에 복간된 이번 시집에서 김언 시인은 일곱 편의 신작시('신기루', '발음', '돌의 생각' 등) 를 추가하고, 세 편의 시를 덜어냈다. 또한 기존의 3부의 구성을 허물고, '유령-되기' 등의 시를 개작하며 새롭게 편집하였다.

목차

키스
키스 2
거품인간
폭발
신기루
장례식 주변
발음
유령-되기
불멸의 기록
다음날
없는 사람과의 이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쏜다
사건 현장
새의 윤곽
바람의 실내악
한 사발의 손
돌멩이
돌의 생각
돌의 탄생
다리의 얼굴
다리의 얼굴 2
그가 토토였던 사람
드라마
잘못한 사람
서 있는 두 사람
차분하게 고통스럽게
모종의 날씨
시간
暗시장
납치
그림자 두 사람

누구세요?
엄마 배고파
드라마 2
판다
가능하다
토요일 또는 예술가
돌멩이 2
길이었는지 뱀이었는지
뱀사람
뱀사람 2
즐거운 식사
숨쉬는 로봇
거인
어느 갈비뼈 식물의 보고서
잠입
노래하는 지도
기원전
사라진 사람
안 보이는 숲의 마을
외투
떨어진 사람
고가도로 아래
이 동네의 길
표면적인 이유
내가 벌써 아이였을 때
청춘
시집

부록
詩도아닌것들이―문장 생각
詩도아닌것들이―탱크 애벗의 이종격투기

해설
아귀들과 함께· 김만석

저자소개

김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인.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쓴 책으로 시집 『백지에게』,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한 문장』,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독서산문집 『오래된 책 읽기』,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김현문학패,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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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거품 인간

그는 괴롭게 서 있다. 그는 과장하면서 성장한다. 한나절의 공포가 그를 밀고할 것이다. 한나절이 아니라 한나절을 버틴 공포 때문에 그는 잘게 부수어진다. 거품과 그의 친구들이 모두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공포 때문에.

한 번에 일곱 가지 표정을 짓고 웃는다. 그의 눈과 입과 항문과 성기가 모조리 분비물에 시달린다. 한 명이라도 더 흘러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정오에.

가장 두려운 한낮에 소란을 베껴가며 폭죽은 터진다. 밤하늘의 섬광이 여기서는 외롭다. 표면까지 왔다가 그대로 튕겨나가는 소음들. 밖에서는 시끄럽고 안에서도 잠잠한 소란을 또 한 사람이 듣고 있다. 그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그는 괴롭게 서 있다.

공기가 그를 껴안을 것이다.


사건 현장

그곳에는 사건과 현장이 보존되어 있다. 한번 죽었던 사람은 그 이전에도 죽고 이후에도 계속 죽는다. 그가 죽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제와 오늘 끊임없이 내일이 죽어간다.

웅크리고 죽은 사람은 웅크리고 앉아서 죽어간다. 그는 피를 흘리고 있다. 아랫도리 근처 어제의 피가 말라붙기 전에 오늘의 칼자국이 스윽 지나갈 때 드러나는 그의 애정과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어디선가 콧노래를 부른다.

죽기 전에 그가 했던 말은 내일 다시 어느 귓가를 스치고 그가 발견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출입하는 모텔이 있다. 울기 전까지 그의 성기를 부여잡은 수많은 손들이 있다. 꿈같이 달콤한 침을 발라두고 침이 마르기도 전에 그의 성기를 잘라가는 손이 있다.

하룻밤은 반복된다. 하룻밤은 지치지도 않는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 머지않아 그날 밤이 바로 오늘이라 생각되는 장소에서 그는 발견되었다. 웅크리고 앉아서 그는 죽어간다. 그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떨어진 사람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을 알고 있다
죽지 않을 만큼 땅이 파이고 피가 고이고
땅바닥은 뚜렷이 그의 얼굴을 알아본다
죽지 않을 만큼 사람들은 놀라고
괴로워하고 실컷 잊을 테지만,
지상에서 지하로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그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가 떨어진 자리로부터 땅바닥을 치고
달아난 소문이 끝날 즈음 어디선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그보다 더
무거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떨어졌다
때가 되면 쏟아지는 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가 싶은 땅바닥엔 그가 남기고 간
얼룩과 행인들의 발 냄새가 간간이 보도블록을 비집고
솟은 엷은 풀 냄새에 섞여 그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죽어서 푸른 그의 낯바닥을 꼭꼭 밟아주기 힘들다
올려다보면 무심히 발 씻는 소리 내려와 쌓인다
그는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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