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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1687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표류자들의 집
역자 해설: 환멸의 미로에서 탈주를 꿈꾸다
기예르모 로살레스 연보
리뷰
책속에서
집 바깥에는 〈보딩 홈〉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나는 이곳이 내 무덤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삶에 절망한 사람들이 흘러드는 변두리의 한 보호소. 대부분이 미친놈들이었다. 더러는 승자들의 삶을 망치지 말고 외롭게 살다 죽으라며 가족들이 버린 늙은이들도 있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잖니.」
나는 그녀를 이해한다. 여섯 달 전, 쿠바의 문화, 문학, 음악, 스포츠, 역사, 철학, 이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쳐 나와 마이애미에 온 이래, 나는 세 번이나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정치적 망명자가 아니다. 총체적 망명자다. 이따금 브라질이나 스페인 혹은 베네수엘라나 스칸디나비아 반도 같은 곳에서 태어났더라도, 그 거리, 그 항구 그리고 그 목초지로부터 탈주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잘 지낼 게야.」 고모가 말한다.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새로 들어온 미친 여자 하나가 앉아 있다. 내 또래쯤 되는 여자다. 그녀의 몸은 삶의 무게에 잔뜩 찌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풍만한 느낌이 남아 있다. 나는 그녀 옆에 가 앉는다. 나는 주위를 살펴본다. 아무도 없다. 모두들 아침 식사 중이다. 나는 그 미친 여자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녀의 무릎에 손을 올린다.
「그래요, 나의 천사.」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한다.
나는 손을 더 위로 움직여 그녀의 넓적다리에 이른다. 그녀는 아무 저항 없이 내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목사는 바울, 고린토, 데살로니카에 대해 설교하는 중이다.
나는 손을 더 위로 움직여 그 미친 여자의 음부에 이른다. 그곳을 꽉 움켜쥔다.
「그래요, 나의 천사.」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말한다.
「이름이 뭐죠?」 내가 묻는다.
「프란시스예요, 나의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