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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2919768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9-06-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걱정하지 마. 자네의 감정은 훌륭했으니까. 내가 직접 보려고 갔다 왔어. 어느 누가 일개 인턴이 스텁스를 받으러 올 거라고 생각하겠나?」
나는 그 작품을 받아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텁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루퍼트가 잘 알다시피, 나는 더 이상 인턴도 아니다. 나는 작품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의견을 밝히려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설마 ─」
루퍼트는 어색한 웃음으로 내 말허리를 잘랐다.
「깜짝 놀라게 할 작정이었다네. 자, 이제─」
이번에는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저는 제 판단을 확신합니다. 사진도 있고요.」
「작품은 내가 가져온 후에 깨끗하게 세척했네, 주디스. 자네가 정확하게 잡아냈던 디테일들은 이후에 덧칠된 부분이었어. 무슨 문제 있나?」
나는 그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아뇨 , 없습니다.」 나는 일부러 흥분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짜릿하네요!」
그때까지 나는 시체를 한 번도 못 봤다. 하지만 그곳에 놓인 움직임이 빠져나간 살덩이와 텅 빈 것 같은 그의 얼굴은 생명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신호와 다름이 없었다. 제임스는 결코 자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얀 시트에 드러누운 그의 거대한 육신은 면 잠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발톱이 두꺼운 두 발이 쑥 나와 있는 모습이 흡사 기괴한 노인의 푸토 같았다.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본 대로 확인을 했다. 얼른 화장품 가방에서 블러셔 컴팩트를 가져와 그의 얼굴 위로 조심스럽게 거울을 가져갔다.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의 눈을 열어 보는 짓은 차마 할 수 없었기에 대신 조심스럽게 그의 팔뚝을 들고 맥을 짚어 보았다.
「제임스」 나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틀어막으려고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제임스!」 반응이 없다. 침대를 빙 돌아 수화기를 들고 프런트에 연락을 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현기증이 나고 토할 것 같았지만 이대로 자제력을 잃을 수는 없었다.
10년 전 난생처음 우피치 미술관에 방문해 아르테미시아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앞에 서 있던 때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유대인인 여주인공이 적국의 장군을 살해하는 일반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아르테미시아는 이 장면을 거의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 그림에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에나멜이 정교하게 칠해진 검을 본다면 아르테미시아가 그 칼을 뭔가를 암시하기 위한 형식적인 소재가 아니라 우아한 구도와 전혀 맞지 않는, 결코 우아하지 않은 각도로 살을 가르기 위해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주방에서 닭의 목을 베고 토끼의 목을 비틀어 냄비에 넣는 여자의 칼놀림이다. 유디트는 힘줄이 도드라지고 근육이 불거진 자신의 팔에서 나온 힘으로 그를 적절하게 도살하고 무자비하게 톱질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