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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의 삶

죽음 뒤의 삶

소니 라부 탄시 (지은이), 심재중 (옮긴이)
  |  
창비
2020-11-25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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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제목 : 죽음 뒤의 삶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ISBN : 9788936464820
쪽수 : 220쪽

책 소개

19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한 콩고공화국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탄압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새로운 아프리카적 글쓰기”라는 찬사와 함께 오늘날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문제작이다.

20세기 후반 콩고의 비극적 현실을 고발하며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소니 라부 탄시의 대표작 국내 초역

“『죽음 뒤의 삶』은 오늘의 눈으로 내일을 보는 우화가 될 것이다”
_소니 라부 탄시


콩고공화국의 작가 소니 라부 탄시가 프랑스어로 집필한 장편소설 『죽음 뒤의 삶』이 창비세계문학 83번으로 출간됐다. 『죽음 뒤의 삶』(1979)으로 한국에 처음 작품이 소개되는 소니 라부 탄시는 “아프리카 문학의 위대한 목소리”라는 평과 함께 중앙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서구에서 유입된 근대소설의 형식에 아프리카의 언어와 주제를 부여하려 시도했으며, 첨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그의 대표작 『죽음 뒤의 삶』은 19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한 콩고공화국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탄압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새로운 아프리카적 글쓰기”라는 찬사와 함께 오늘날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문제작이다. 가상의 공화국 카타말라나지의 ‘영도자’라 불리는 독재자와 반란군 지도자 마르샬의 수대에 걸친 ‘전쟁’을 통해 체제의 터무니없는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으로, 소수 군벌을 중심으로 한 독재 권력의 억압과 수탈, 반복되는 꾸데따 속에서 마비되는 식민지 해방 이후 국가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콩고공화국’의 이야기지만, 식민 지배, 해방 이후 독재 정권의 군림, 연이은 꾸데따, 청산되지 않은 식민시대의 그림자라는 한국과 닮아 있는 20세기 역사를 그려냈기에 깊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독립이 만능은 아니었다”
소니 라부 탄시의 조국 콩고공화국은 19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한 국가다. 그러나 작품 속의 반란군 마르샬도 말했듯 “독립이 만능은 아니었다”. 독립 이후 콩고공화국은 꾸데따가 또다른 꾸데따를 낳는 정치적 악순환을 반복했으며, 정권을 잡은 독재 권력은 국민에게 억압과 수탈을 자행했다. 그 결과 라부 탄시가 1979년 『죽음 뒤의 삶』을 발표하던 시기의 콩고공화국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작가는 영도자가 대를 이어 마르샬의 사람들을 기괴하게 탄압하는 과정을 통해 폭압적 정치권력의 광기를 야유와 풍자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대착오적 과장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은 당대의 역사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얼마나 비관적이고 절망적인지를 드러내며 독자가 20세기 후반 콩고공화국의 현실을 통렬히 느끼게 한다.

허망하고 몰역사적인 전쟁의 기록
전쟁이 끝나고 반군이 새롭게 세운 정부에서 ‘마르샬의 사람들’은 거리와 건물의 이름들로 남게 되지만, 그 유래를 묻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다.

“안됩니다, 존경하는 영웅 어르신, 그런 것들은 이제 말하면 안됩니다. 그건 우리가 실제로 겪은 일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꿈을 꾸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현실을 선택한 이후로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195면)

이런 허망한 종전은 ‘죽음 뒤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나긴 전쟁의 기록처럼 몰역사적인 것도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대에 걸친 야만적인 파괴와 살육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역사의 악무한적인 순환 혹은 ‘역사의 몰역사성’에 대한 뼈저린 확인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쟁은 전쟁의 근본적 무의미만을 증언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헛돈다. 메시아는 결코 오지 않으며 죽임의 폭력을 무기로 한 권력의 증식은 계속 이어진다. 소설 『죽음 뒤의 삶』이 그려 보이는 카타말라나지의 역사, 즉 식민 지배 해방 이후 아프리카의 역사는 소진과 여명(餘命)이라는 반복에 이끌려 굴러가고 있을 뿐이다.

갈 길을 잃은 대륙의 새로운 가능성
소니 라부 탄시는 생전에 아프리카를 “유일하게 갈 길을 잃은 대륙”이라 말했다. 그런 그가 『죽음 뒤의 삶』에서 당대의 아프리카인들에게 제기한 질문은 ‘이 독재가 자행하는 죽임을 죽일 수 있는 새로운 아프리카적 인간, 즉 주체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였다. 라부 탄시는 질문에 대한 열쇠를 마르샬의 사람들을 부르는 ‘넝마’라는 호칭에 심어두었다. 폭력 앞에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상실한 채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진 존재들을 가리키는 이들의 삶은 거의 죽음 같은 삶이다. 그러나 야만적 폭력에도 그들의 생명력은 결코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다. 살점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인간 존엄성의 흔적, 그 기억 속에 맹아(萌芽)처럼 수대에 걸쳐 인간의 주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 뒤의 삶』은 오늘의 눈으로 내일을 보는 우화가 될 것이다”라는 라부 탄시의 말처럼 아프리카에 대한 그의 시각은 절망뿐 아니라 역사의 시간 저 너머의 미래에 대한 열망과 함께한다. 식민지 독립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 소니 라부 탄시(Sony Labou Tansi)는 작가의 필명으로 아프리카 및 기타 언어 발음 표기 기준을 따랐다.

목차

머리말
죽음 뒤의 삶

작품해설 / 소진과 여명 사이: 20세기 후반의 콩고와 소니 라부 탄시의 정치적 상상력
작가연보

발간사

저자소개

소니 라부 탄시    저자정보
본명은 마르셀 응초니로 벨기에령 콩고의 수도 레오뽈드빌에서 태어났다. 그가 열두살이 되던 해에 온 가족이 갓 독립한 콩고공화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수도 브라자빌의 중앙아프리카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한 뒤, 1971년부터 프랑스어와 영어 교사로 일했다. 1973년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연극 꽁꾸르에 극본이 당선돼 처음으로 프랑스에 체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1979년 프랑스에서 출간한 장편소설 『죽음 뒤의 삶』으로 제1회 프랑꼬포니 국제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3년 장편소설 『적-인민』으로 프랑스어 작가협회가 수여하는 ‘흑아프리카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1979년에는 브라자빌에서 로카도 줄루 극단을 창립하고, 1986년 직접 집필한 「앙뚜안은 내게 자기 운명을 팔았다」의 공연을 올리는 등 극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교사직을 사직하고 문화부 등 여러 정부부처에서 근무했으며, 1992년에는 브라자빌에서 ‘민주주의와 총체적 발전을 위한 콩고운동’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활동을 했다. 그러나 빠스깔 리수바 정권과의 대립으로 모든 공직에서 해임되고 출국 금지를 당했다. 1995년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브라자빌에서 사망했다. 그밖의 주요 장편소설로 『치욕의 국가』(1981), 『로르사 로뻬스의 일곱가지 고독』(1985), 『화산의 눈』(1988) 등이 있고, 『피의 괄호』(1981)를 비롯한 다수의 희곡을 발표했다.

심재중    저자정보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늙은 흑인과 훈장』『영원회귀의 신화』『현대인의 정체성』『문학 텍스트의 정신분석』(공역)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가천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책속에서

“나는 이런 죽음을 죽고 싶지 않다.” 아버지-넝마가 말했다. 치밀어 오른 분노에 영도자의 목 언저리가 부풀어 올랐고, 턱이 괭이 손잡이처럼 늘어졌고, 긴 목이 한층 더 길어졌다. 그가 힘들게 왔다 갔다 했고, 후식인 과일 샐러드를 먹었고, 이윽고 남자 쪽으로 다시 왔다. “그럼, 어떤 죽음을 죽고 싶은 거야, 마르샬?”


샤이다나는 다른 사람들, 예컨대 국영 라디오 담당 장관, 국방부 장관, 인민부 장관, 산림부 장관 등등과도 접촉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소리쳤다. ‘이 썩은 피를 이런 식으로 그에게 돌려줘야 해.’ 내무부 장관이 오기로 되어 있던 날 저녁, 샤이다나가 명함 돌리는 일을 끝내고 돌아오던 참이었다. 호텔 방 입구에서 여러 시간 동안 기다린 것 같은 마르샬에게 그녀는 호되게 따귀를 맞았다.


“마르샬, 넌 벌써 죽었어야지. 너한테 딱 맞는 죽음을 이미 맞이했어야지.” 마르샬은 대꾸하지 않았는데, 목이 칼에 찔려서 아마도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마르샬의 상체가 사라졌을 때 영도자는 침대 발치에 지렁이처럼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아내를 보았고 돌이 꿈꾸는 조각처럼 아름답고 지독하게 관능적인 그녀를 보고도 전혀 아무런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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