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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7417542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1 불타는 밤
2 롤리타에게 자유를
3 동물의 굴레에서
4 에덴동산의 바깥으로
5 케머 기간의 데미걸
6 마녀가 된다는 것
7 친숙한 원숭이
8 밤의 사냥꾼
9 내 심장의 구멍
10 고래의 승리
11 새로운 시작
고래에 대한 일러두기
참고 문헌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무도 이를 드러내 놓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완경은 어떤 ‘상실에 대한 사건’이다. 그것은 떠나 버림에 관한 것이다. 열감은 매번 내가 물리적 육체를 지닌 존재라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필멸자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열감이 나를 휩쓸고 가는 순간마다 정신은 스스로 그다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깨닫도록 내몰린다. 내가 필멸하리라는 사실! 그것은 공포의 감각이다. 동시에 좀처럼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공포를 차분히 직면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한계에 대해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
뜨거운 열감과 불면이 얽혀 만들어 내는, 착잡하고 건조한 피로감은 어떤 진실을 느끼게 해 준다. 더 광범위한 감정을 포괄하는 흐름을 통해 이 세상을 더 큰 인지력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아에 대해서도 더욱 첨예한 인식을 갖게 된다. 미네소타 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에 설치된 ‘여성과 젠더 연구소(Center for Research on Women and Gender)’의 폴린 마키(Pauline Maki) 박사는 뜨거운 열감 현상의 예기하지 못한 부가 효과는 관대한 공감 능력의 확대라고 말했다. “뜨거운 열감은 당신 자신도 예상하지 못하게 찾아옵니다. 당신은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이 점은 여성들로 하여금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더 깊이 감정 이입하게 해 줍니다.”
[완경의] 열감은 화학적인 동시에 감정적이며, 과거와 현재의 좌절감을 한꺼번에 포괄한다. 그것은 또한 억눌린 자기표현이기도 하다. 그리어는 저서 『변화(e Change)』에서 완경기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부정적인 감정의 일부는 “여성의 분노 표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무지의 결과”라고 언급한다. 완경기를 겪는 여성들은 유례없이, 이전까지 계속 유지해 오던 정신적 자제력을 꺾고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