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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32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5-03-17
책 소개
목차
제1부 가자미|흰 돌|영동 대설|애인|둑 너머|서리|중산리|오십 년 행방불명 박선돈 씨|竹西|운문사|흙 조각|흰 개|청도 지나|李處士略傳|자부라미|한판|스위치백
제2부 나의 측백나무|아현|눈 오는 아이들|걸음걸음|기다리는 시간|일곱 살|겨울의 처음에서|손을 뒤집고|잠든 집|무력|대나무 총판|무서운 각목|나른하다는|비틀|서울 노파|양자강|땅끝|소식|암호|귀신 수염|군무|하얀 밤|북경서역에서|카헤라에서
제3부 새가 올 때|의자|예인치과에서|자백|남산 남동|임꺽정 3-289|진주 목걸이|변신|칼잡이|물의 사주|고니 크리스탈 포밍 컬러 필름|뽀또시|옌볜 거리|혁명가들, 붉은 장정의|바깥 놀이|폭설이 쌓이는 날|정라|寧國寺
해설 이경수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박승의 시
가자미
날씨가 차가워지면 북쪽에서 반가운 소포가 온다
눌러쓴 주소 안고 비닐로 겹겹이 싸여 석류처럼 빨갛게 가자미 온다
동해 먼 곳 외할머니 보내신 식해 빨간 피보다 전설이 많아 이 생 저 생 녹아 있다
무 고추 마늘 메좁쌀 엿기름 물 떠난 생물 몸 비비고 피 나누며 숨죽인다
만삭의 독 소식 풀면 끊어진 몸 추슬러 살 속 흰 뼈를 녹인다
바다를 기억하는 날개 하나가 되어 헤엄치고 오래고 삭고 긴 가계 겨울에서 겨울로 익어간다
낮은 해류를 지나온 가자미 식탁에 올라 붉게 아침을 토한다 달이 가까운 또 어머니의 눈이 내리는 이곳
영동대설
할머니 툇마루 눈이 내렸습니다
하늘을 받아주는 난간
페인트 부드러운 윤기 푸득푸득 덮이며
한 길 넘어 하얀 눈 쌓였습니다
동화처럼 눈 아래 박혀 있는 철못
작은 미닫이문도 닫혔습니다
먼 솜털 내리는 동안
먹구름 무거운 바다 몸을 구르고
할머니는 어지러운 잠 속 걸어갑니다
할아버지 만나고 어린 엄마를 만나
고드름과 함께 눈이 자라는
명태의 놀란 주둥이 만집니다
지붕 위 눈얼음이 자라는 마을
깊은 산도 깜박 잠에 듭니다
적막으로 발을 묶고 세상도 묻힙니다
눈을 감는 신령한 소리 들리고
아침이 옵니다 길의 눈에 푹푹 빠지며
할머니 깨어나는 손끝
미닫이는 입을 물고 오래 기다립니다
흰 개
어머니 생신 맞아 고향에 가니
강아지 여덟 마리 하얗게 돌아다닌다
새끼 괭이처럼 새끼 제비처럼 재재거리며
어미 젖 물고 먹이통에 마당에
가는 꼬리 저어대며 소한 추위 이기고 있다
어미는 여러 해 대문을 지키고 있다
두 돌 딸을 데리고 고향에 다시 오니
하얗던 강아지는 없고 흰 어미만 앉아 있다
강아지들 이 집 저 집 모두 떠나고
남은 둘은 개장수에 팔렸다 한다
어린것들 벌써 제 길을 다 가고
대문 앞에는 어미 털이 하얗게 빠져 있다
소식
옆자리 오 대리 묻는다
삼일장이면 내일이 발인
입추가 가까운 더운 때
친구의 어른 돌아가셨다
오 대리는 친구들 모임의 長
이곳저곳 전화를 한다
광주 어디
멀리 노령 장성 지난다고
부의의 말 자리를 넘는다
잔잔한 수면 새가 내리듯
다른 친구는 아이를 낳았다
호수의 사무실
전화로 한 세상 오고
한 세상은 간다
앞에 선 달력
산을 오른 달같이 희다
寧國寺
오래 자란 은행나무 국물을 마신다
땅에서 올린 잎사귀 흔들리고 있다
흙에 박은 줄기 솟구쳐 몸 맺고
다시 솟구쳐 절 낳고
난간 치며 번져가는 소리를 풀었다
밤과 새벽 걸어와 모두 면을 먹는다
차지게 다진 강력분
나물과 잘게 썰려 비벼진 양념
작은 몸 우린 향 번진다
물이 내렸다 다시 오르는 계절
울리는 메아리 삼키며 국수를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