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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1916109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개정증보판을 내며
들어가는 글
내 영혼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 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으로
아르장탕 가는 길
노트르담 봉쇄수녀원
18년 만의 영성체
모순의 극한에 조화가 있다
생 피에르 드 솔렘 수도원
이 파리
여기 서 있는 그대, 화해하십시오
리옹
테제, 꿈 하나만 믿고 이룬 공동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다
길 위의 성모 피정의 집
프리부르
메그로주 수녀원 그리고 오트리브 수도원
비발디의 도시
베네치아
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
뮌헨, 백장미 두 송이
프라우엔 킴제 수녀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은 누구나
함부르크
스콜라스티카 수녀원
사랑은 스스로 찾아온다
이상한 영명 축일
마리엔하이데 수도원
마리엔보른 수녀원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전화를 받던 날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던 초가을이었다. 나는 그 무렵, 방학을 한 아이들과의 씨름에 지쳐 있었다. 정신없이 뛰어온 내 생은 사소한 일상에도 멀미를 일으키고 있었고 진심을 말하자면 나는 ‘몰라, 나는 모르겠다고’ 하며 쉬고 싶었다. 수첩에 쓰인 글귀대로라면 내 영혼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 했던 것이다. 어디 깊은 산속 암자에라도 가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똑, 똑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사흘쯤 세다가 돌아오고 싶었다. 고요하고 심심하고 그래서 거울처럼 조용해진 마음에, 다시 내 마음을 한번 비추고 싶었다.
“우리는 가둠으로써 제일 큰 것을 얻은 거예요. 세상의 작은 것들을 버리고 제일 큰 것을 얻었으니 더 바랄 게 없지요. 처음 프랑스에 와서 이 수도원 저 수도원을 다녀보다가 이곳에 오게 됐어요. 제가 소개를 받아 이곳에 도착하기 전날 한 수녀님이 돌아가셨는가 봐요. 장례미사를 드리는 데 참석했다가 돌아가신 그분의 얼굴을 뵙게 되었죠. 관 속에 들어가 계신 그 늙은 수녀님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바로 원장 수녀님께 면회를 신청했어요. 그러고는 말씀드렸죠. ‘제발 여기서 죽게 해 주세요.’ 그때 원장 수녀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죽는 건 안 돼요.’”
아름다운 풍광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다시 꼭 찾아가고 싶은 곳, 프리부르. 그러고 보니 이제껏 세 번의 유럽 여행이 헛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여행하면서 나는 한 번도 ‘사람들’을 만난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본 것은 사람 없는 풍경과 역무원들과 장사꾼들뿐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비로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