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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 ISBN : 9788941918172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안전장치
2. 의미 결여
3. 나르시시즘적 관상
4. 자신의 주위만 맴도는 사람들
5. 많은 것을 갖춘 중년들
6. 진정으로 살지 못한 노년들
7. 나는 뭔가를 놓쳤다
8. 약물로 안정을 구하는 사람들
9. 사랑을 놓치지 마라
10. 그리스도인의 희망
닫는 글: 삶의 바다를 계속 항해하라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한 젊은이가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면의 부름을 따르기에 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먼저 끝내려 합니다. 그는 예수님께 말합니다. "주님, 제가 물러가서 먼저 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루카 9,59).예수님이 답합니다. "죽은 이들이 자기네 죽은 자들의 장사를 지내도록 내버려 두시오. 당신은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리시오"(루카 9,60).
그 젊은이는 일단 모든 일을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다리며 유산을 정리하려 합니다. 그런 뒤에야 용기 내서 자신의 길을 떠나려 합니다. 나는 부모님을 생각하느라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적잖이 봅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이야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로써 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결과로 빠져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는 부모님이 내 삶을 가로막았다고 원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굴레를 벗고 내 길을 가야 합니다.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따르면 생애 전반에는 강한 자아를 발달시켜야 합니다. 자아는 삶을 위해 투쟁합니다. 자아는 무언가를 관철합니다. 자아는 삶에서 무언가를 창조합니다. 그렇지만 생애 후반에는 자아를 내려놓는 일, 더 큰 것에 자신을 내맡기는 일, 하느님께 자신을 내바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은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아 발달을 건너뛰는 관상은 삶에 대한 거부가 되어 버립니다. 사막 교부 안토니우스(Antonius Abbas)는 말합니다. "하늘로 곧장 달려드는 젊은이를 보거든 그의 발뒤꿈치를 붙잡아 땅 위에 서게 하라. 그것이 그의 영혼에 이롭지 않은 까닭이다."
너무 빨리 하늘로 달려드는 것, 현세를 건너뛰는 것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을 피해 달아나는 꼴입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늘로 곧장 달려듭니다. 그렇지만 생애 전반에 인간의 과제는 자신의 공격성, 성욕, 격정에 대응하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영성 생활도 열매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