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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8222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겨울에 대한 감각
벌목에 대한 감각
불안에 대한 감각
에세이 당신을 통한 감각론
해설 감각을 위한 논리―박혜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잠깐 동안 분명했다. 집에 가도 좋다고 말했다. 기억은 나를 모르는 장소로 산책시켰다. 조금씩 가벼워졌다. 콧잔등이 시큰했다. 그림자로 얼룩진 유리창에 금이 갔다. 나는 반박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었다. 덤불 속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표정은 대부분 새벽이었다. 색이 많을수록 기억이 뚜렷해졌다. 눈을 기다리지 않았다. 책상에 낙서했다. 축구공 하나가 굴러다녔다. 그림 앞에 멈춰 섰다. 가끔은 기쁜 일이 있었다.
_「겨울에 대한 감각」
그만두는 법. 새로 시작하는 법. 너는 묻는 대신 사라졌지. 겨울만 되면 너의 죽음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아니면 겨울이 구체적으로 느껴졌지. 동상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네가 말했다. 발가락 중 하나가 단단하게 얼어 파란빛으로 변해갔다고 네가 말했지. 그렇게 변할 때까지 뭘 했느냐고 묻자, 동상에 걸린 사람도, 너도, 다른 사람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산을 타지도, 강에 빠지지도, 냉동 창고에 갇힌 것도 아니었지.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다.
_「겨울에 대한 감각」
화창한 날 호수 수면으로 눈이 녹는 순간을 던지듯이 생활했어요. 허벅지살이 텄고 보라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빙벽에 올라 위태로운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봤어요. 썰매장으로 연결된 수 도관이 얼어 고무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아 갔죠. 손을 흔들었어요. 아이들은 오전보다 빨리 썰매를 몰았습니다. 썰매 아래 스케이트 날이 얼음 표면에 불규칙한 무늬로 흠집을 냈어요. 위에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이었을 까요. 제멋대로 엉킨 실타래 같았을까요. 왜 손을 놓고 흔들었던 걸까요.
_「겨울에 대한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