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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56429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9-06-07
책 소개
목차
줄 게 있어 _007
병원 _039
다시 하자고 _057
추앙 _083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 _099
신체 적출물 _121
선샤인 샬레 _145
눈과 사람과 눈사람 _171
발문|윤이형(소설가)
모래로 만든 눈사람 _201
작가의 말 _22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물컹한 생선처럼 ‘잘못’이라는 말의 의미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도와주겠다고 했고, 맹세한다고 했고, 영후도 맹세하느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계속 고개를 끄덕이기에 나도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내 몸을 놓아주고 열려 있는 창문을 닫을 때에야 미끄러졌던 의미들이 바닥에서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_「줄 게 있어」
내가 열쇠를 갖고 있을 때에는 집에 먼저 도착한 지은이 방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려야 했다. 지은이 열쇠를 갖고 있을 때에는 먼저 도착한 지은이 문을 열고 들어가 방문을 잠가버렸다. 지은이 방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마다 열쇠를 복사해야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열쇠를 복사하면 싸워도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각자 들어오고 싶은 시간에 방에 들어올 수 있었고 나가고 싶은 시간에 방에서 나갈 수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열쇠를 복사하지 않았다. _「다시 하자고」
B강사와의 일 이후로 정원은 ‘시적 허용’이라는 말을 곱씹는 습관이 생겼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원이 좋아한 말이었다. 가슴이 무너진 모든 기억을 시는 허용해줬으니까. 그러나 이제 ‘시적 허용’이라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말이 어떤 부당함을 시적 특권으로 포장하는 듯했다. 그 특권을 누리는 자들은 그것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고 표현하고는 했지만, 그들의 디오니소스적인 면모는 타자, 그중에서도 유독 약자 앞에서만 강하게 분출되는 특징이 있었다. _「추앙」



















